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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자원의 비극과 온실가스 감축


자연자원과 같이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유자원의 경우 한 사람의 이득을 가장 크게 만드는 사용량과 사회 전체의 이득을 가장 크게 만드는 사용량은 대개 다르기 마련이다. 주인이 없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자원이다 보니 개개인이 원하는 대로 허용하다 보면 공유자원은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이처럼 한 개인의 인센티브와 공동체 전체의 인센티브가 서로 다른 이유는 개인이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의 결정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을 키워 생계를 이어가는 어떤 마을에 공용 목초지가 있다고 하자. 마을 주민은 누구나 이 목초지에서 양을 키울 수 있다. 그런데 마을 주민 수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양의 수도 늘어남에 따라 공용 목초지에서 양들이 소비하는 풀의 양이 증대되기 시작했다고 하자. 양들이 풀을 먹어치우는 속도가 풀이 다시 자라는 속도를 능가함에 따라 목초지는 점점 황폐해 가기 시작한다. 마을 전체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목초지에서 풀이 다시 자랄 수 있도록 양의 수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겠지만 별다른 메커니즘 없이 개인의 이득만을 고려한 개별적인 의사결정만 이루어지는 경우 목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어 결국 목초지에서 더 이상 양을 키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결국 이 마을의 기본적인 생활기반이 사라지게 되어 모든 주민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처럼 한 개인의 인센티브와 공동체의 인센티브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여 공동체 전체에 가장 좋은 정도보다 공유자원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경우 이를 흔히 ‘공유자원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 발생했다고 말한다. 환경오염, 희귀동물의 멸종 위기 등이 이러한 공유자원의 비극의 예라 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수월하지 않다.


공유자원의 문제는 본래 공유자원의 속성이 경합성은 있으나 배제성은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1)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공유자원의 과도한 사용과 무임승차 문제(free-rider problem)가 발생한다. 무임승차 문제란 전 세계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기후변화 문제를 막고자 할 때 오직 한 나라만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므로 감축노력을 기울이지 않게 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유자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를 도입하거나 공유자원의 소유권을 민간에게 넘기는 민영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는 정부 규제나 민영화로 해결하기 어렵다. 온실가스 감축이 한 국가만의 문제라면 강력한 정부의 규제를 통해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전 세계 국가 간 협조와 조율을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세계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국가 간 합의를 도출하고 도출된 합의 내용을 시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2)


효율적인 국제간의 협력으로 온실가스 감축 가능해


이처럼 기후변화 문제는 일반적인 공유자원 문제해결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공유자원의 비극을 피할 수 없어 지구의 온도는 계속 올라가기만 할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노어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오스트롬 교수는 공유자원의 사용자들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의존성을 인식하면서 자체적으로 협조적인 제도가 생겨나 공유자원의 비극과 같은 상황이 초래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오스트롬 교수의 연구결과를 희망을 품고 적용하자면 지금과 같이 전 세계 국가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높여가고 이 문제에 있어 전 세계는 상호의존적인 상황에 놓여 있어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감하고 이를 점차 확산시켜 나간다면 효율적인 국제간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institution)가 등장하여 서서히 기후변화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도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한현옥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hhan@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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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재화는 경합성과 배제성이라고 하는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재화가

경합성이 있다는 것은 한 사람이 그 재화를 소비하는 경우 다른 사람은 그 재화를 소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배제성이라 함은 다른 사람이 해당 재화를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2) 교토의정서 발효 등 글로벌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방안이 마련되고 추진되는 중이나 미국의 탈퇴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체제는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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