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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계기준(IFRS) 채택과 세법


한국회계기준원과 국제회계기준도입준비단이 2007년 3월 15일에 발표한 국제회계기준 도입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2009년은 금융회사를 제외하고 어떤 기업이든 선택에 의해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첫 해이다. 금융회사가 아닌 상장회사의 경우는 만약 올해 국제회계기준 적용을 선택하지 않을지라도 2011년부터는 개별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함에 있어 국제회계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더구나 상장회사의 경우 2011년 재무제표를 공시할 때 2010년 재무제표를 비교하여 제시해야 하므로 국제회계기준에 의한 회계정보 작성은 당장 내년부터 이루어져야 하는 당면과제이다.

국제회계기준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입 주체인 기업들의 철저한 준비이다. 작년 12월 중순부터 올해 1월초까지 금융감독원 회계서비스본부에서는 국제회계기준 의무적용 대상인 상장회사와 금융회사 1,906개사를 대상으로 국제회계기준 도입준비정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결과에 의하면 기업들의 준비현황이 아직까지는 많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 총 1,114개사 중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착수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296개사로 26.5%에 불과하다. 더구나 도입준비정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도입진행이 50% 이상 진척되어 “시스템 설계 및 구축·적용단계”에 이르렀다고 응답한 기업은 64개사로서 전체 응답기업의 5.7%에 그친다. 또한 도입비용에 관한 설문에 따르면 비록 기업의 특성에 따라 상이하기는 하나 평균적으로 일반기업은 5억7천만 원, 금융회사는 34억4천만 원의 도입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높은 도입비용이 기업들의 도입준비를 늦추게 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높은 도입비용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해 투자세액공제 등의 세제지원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앞의 금감원 설문조사에 의하면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아직까지 착수하지 않은 기업이 전체 응답기업의 73.5%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들 기업들 중 72.0%의 기업이 올해 도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결과에 비추어 볼 때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위한 세제지원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하루 빨리 결정되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 도입은 세제지원 문제뿐만 아니라 기업세제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재정부는 현재 국제회계기준 관련 세제 개선을 위해 ‘재무회계·세무회계 조화 T/F’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 도입이 2007년부터 기획되어 로드맵에 의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관련 세제의 개선 문제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국제회계기준 도입과 관련하여 세제지원 여부의 문제는 정책적인 의사결정 문제에 불과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나타날 두 회계시스템, 즉 재무회계와 세무회계 간의 차이로 인한 문제점을 어떠한 관점에서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기업회계기준과 세법에 대한 관점’의 핵심은 과세소득 계산에 있어 기업회계기준을 얼마나,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극단적으로는 기업회계기준과 무관하게 세법만의 고유한 규정에 따라 과세소득을 산출할 수도 있다. 반면에 기업회계기준에 의해 계산된 재무회계상 이익을 과세소득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현행 세법의 과세소득 산출과정은 재무회계에서 산출된 회계이익에서 출발하여 세법과의 차이만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세법에서 기업회계기준과 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자연스럽게 이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 없으므로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과세소득이 결정된다.

기업회계기준과 세법에 대한 관점은 역사적으로 그 주된 관점이 기업회계기준과 세법을 넘나들며 변천해 왔다. 세법이 제정된 1949년부터 1975년까지의 시기에는 주된 관점이 세법에 놓여 있었다. 이때는 기업회계에 대한 수요도 적고 경제규모에서 차지하는 기업의 비중도 미미하였다. 반면에 세법은 국가의 재정수입을 확보해야 하는 명확한 목적과 국세청이라는 공무원 조직이 있었기에 기업회계를 선도하게 되었다.

이후 1976년부터 1994년까지는 기업회계기준과 세법이 상호 독립적이면서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병립된 관점의 시기였다. 법인세법은 1976년에 이루어진 개정에서 기업회계에 따라 외화채권·채무의 평가방법을 개선하였고, 1984년에는 기업회계가 법인세법상의 특별상각을 수용하였다. 이 시기 손익귀속 시기에 대한 규정을 보면, 세법에 규정된 사항은 세법이 우선하고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은 기업회계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기업회계기준과 세법 사이에 병립된 관점은 1994년 12월 22일의 법인세법 개정을 통해 그 주된 관점이 기업회계로 이동한다. 이때 개정으로 비록 세법에 다른 내용의 규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회계기준을 꾸준히 적용하여 온 경우에는 세법과 차이가 나는 경우에도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별도의 조문이 신설된다. 그 결과 세법에 규정된 6가지 사항 이외의 손익귀속 시기에는 사실상 세법 규정이 적용될 수 없었다.

그러나 1998년 세법 개정에서 위의 개정에서 신설되었던 기업회계기준을 우선 적용하는 규정을 폐지하였다. 그래서 세법에 규정된 사항은 모두 기업회계기준에 우선하여 적용하고,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만 기업회계기준을 존중하는 1994년 이전의 관점으로 다시 전환하게 된다.

국제회계기준의 채택은 기업회계기준과 세법에 대한 관점에 또 한 번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전환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세법이 채택하고 있는 결산조정과 국제회계기준의 공정가치 평가제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현행 법인세법은 감가상각비와 대손상각비와 같이 객관적 증빙이 파생되지 않는 세무상 비용에 대해서는 기업회계상 결산서에 반영된 것을 전제로 인정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국제회계기준은 자산평가에 있어 공정가치 평가를 수용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이 기업회계상 재평가모형에 따라 평가손실을 인식하거나, 자산의 손상사건 발생으로 손상차손을 인식하는 경우, 이에 대응하는 감가상각비는 기업의 결산서에 반영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들 비용은 기업회계상 결산을 전제로 한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양 회계의 차이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회계기준과 세법과의 관계를 어떠한 관점에서 다시 설정할 것인가에 관해 세 가지 대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대안은 독립적 접근법 또는 전면배제방식(independent approach)이다. 이 방식하에서는 국제회계기준과 별개로 세무용 장부를 작성하며, 이것이 과세소득계산의 기초가 된다. 이 방식의 장점은 세법규정이 과세소득 측정에 대한 완전한 규정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순수한 조세정책을 중심으로 세법이 입법되고 세법 고유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적합하다. 또한 재무회계상 장부가 과세소득계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앞서 언급한 국제회계기준 채택에 따른 공정가치 평가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결산조정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이중장부 유지로 인한 납세협력비용의 증가가 거론된다. 네덜란드·노르웨이 등의 국가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두 번째 대안은 의존적 접근법 또는 전면수용방식(dependent approach)이다. 이 방식하에서는 국제회계기준을 세법에서 전면적으로 받아들여 회계장부를 과세소득 산출의 근거로 삼는다. 이 방식의 장점은 하나의 장부만으로 기업회계와 세무회계를 충족시킬 수 있으므로 지금과 같이 복잡한 세법 규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장부를 세무상 온전히 수용할 경우 공정가치 평가와 실현주의 과세원칙 등이 충돌함으로써 납부세액 변동성이 증가하고 그 결과 조세저항과 같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법의 목적인 공평한 과세의 실현을 상당부분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체코·그리스·헝가리 등의 국가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대안은 중도적 접근법 또는 부분수용방식(quasi-dependent approach)이다. 이 방식은 우리나라의 현행 방식과 같은 방식이다. 독립적 접근법과 달리 단일장부를 유지할 수 있으면서도 기업회계와 다른 점을 세법에 규정할 수 있어 조세정책을 위한 통제권이 유효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세법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단점이다. 영국·덴마크·핀란드 등의 국가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들 세 가지 대안들 중 여러 연구자들과 실무자들이 지지하는 방안은 현행 우리나라 방식과 같은 세 번째 대안이다. 하지만 이들 지지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세 번째 대안의 중요한 단점이 있다. 그것은 세 번째 대안이 중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기업회계가 세법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전제로 판단할 때,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현 시점에서 기획재정부가 T/F를 구성한 것은 국제회계기준의 내용을 얼마나, 어떻게 세법에서 수용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함일 것이다.

국제회계기준 제정 기관이 회계기준을 제정할 때 특정 국가 납세자나 과세당국의 이익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법은 세법의 목적과 기본가정을 전제로 유지·발전해 나가야 한다. 세법이 기업회계에 지나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듯이 기업회계가 세법에 지나친 영향을 미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회계기준과 세법이 고유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규정의 제정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재무회계·세무회계 조화 T/F’는 앞서 언급한 첫 번째 대안인 독립적 접근법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독립적 접근법의 단점으로 거론되는 이중장부 유지로 인한 납세협력비용의 증가는 전산회계부문의 발전으로 인해 낮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심지어 납세협력비용 측면에서 독립적 접근법은 중도적 접근법에 비해 훨씬 더 효율적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중도적 접근법은 세무용 장부를 유지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세무용 장부를 유지한 것과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세무조정이라는 복잡한 조정과정을 필요로 한다. 복잡한 조정과정은 납세자로 하여금 전문가 이용과 같은 높은 납세협력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그리고 대학과 같은 전문교육기관에서 그 내용을 교육하는 데도 많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또한 납세주체가 자신이 납부해야 할 세금이 어떻게 산출되는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은 공평한 과세 실현을 저해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과세제도가 더 많은 조세회피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회계의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 독자적인 세무상 장부를 유지하는 독립적 접근법은 기업소득의 산출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훨씬 쉬운 방식이다. 이해가능성 높은 과세방식은 세금부담의 공평성과 세무행정의 효율성을 동시에 제고할 것이다. 국제회계기준 채택이라는 기업회계상의 중요한 진일보가 기업회계기준과 세법 사이의 ‘진정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갑순 (동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kks@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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