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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규제, 행정규제에서 사법(私法)규제로 전환하자


최근 우리 상법을 세분화하여 별개의 법률로 독립시키는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즉 상법 내에 있는 회사편 및 보험편의 규정을 독립시켜 단일의 법률로 제정하자는 주장들이 그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 상법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포괄적인 규정들을 담고 있어 상법 개정작업이 원활히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상법이 경제 현실을 반영하여 신속히 이를 규범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들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서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상법 내의 회사편 및 보험편 등은 개별 입법화해야


이러한 주장들은 독일이 이미 1900년대 초에 상법에서 유한회사법ㆍ주식회사법ㆍ보험계약법을 분리시킨 것은 물론이고, 일본도 2005년에 상법에서 회사편을 분리시켜 신회사법을 제정한 사실을 통해 더욱 명분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동안 계약자유의 원칙을 전제로 하는 상법의 영역이 각종 행정규제법으로부터 침범을 받다보니 상인과 상인 간, 고객과 상인 간의 사적 거래에 과도하게 정부와 법원이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지적이다. 이는 “큰 정부와 작은 시장”의 주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현행 우리나라의 경제규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엄격한 것은 사실이다.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행정규제보다는 민상법의 규정들을 보완하여 당사자 간의 사적 분쟁의 해결기준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여 왔다. 예를 들어 행정규제법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약관규제법이나 방문판매법 등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행정규제법으로 존속시키고 있는 반면, 독일의 경우에는 이미 2000년에 이를 민법으로 편입시킨 바 있다. 또 독일의 경우 회사의 계산에 관한 규정들을 대부분 상법과 주식회사법에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자본시장통합법’에 규정함으로써 경제규제법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밖에도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경쟁법 내에 경제력 집중의 억제에 관한 사전규제 규정들을 많이 두고 있으며, 금융기관에 대한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규정들은 별도의 금융 관련 규제법들을 통하여 규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하여 민상법을 통하여 규율해야 할 규정들을 경제규제법이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이 “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가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시장은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국가가 이를 규제하는 것이 국가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지적들도 있다.


이제는 행정규제보다도 사법(私法)규제로 나가야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재의 각종 경제지표를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 시장이 아직도 경제규제법을 통하여 규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확신할 만큼 미성숙단계에 있지 않다. 즉 우리 기업들은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과 겨룰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상태이다. 당연히 우리 시장도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충분히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시장이 글로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규제의 방법을 글로벌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각종 경제규제법에 산재해 있는 사적 자치에 근거하는 경제행위들에 대한 규정들을 민상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상법 내에 존재하는 규정 가운데 보험편과 회사편에 관한 규정들의 개별 입법화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상법 내의 보험편의 경우, 보험계약자 보호를 원칙으로 하는 법률이라는 점에서 사적 자치를 원칙으로 하는 상법 내에 두는 것은 법리적용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급변하는 보험 산업의 현실을 법 개정을 통하여 신속히 반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처럼 대륙법계의 원조 격인 독일의 경우에는 이미 1907년에 보험편을 상법에서 분리시켜 독립된 별도의 보험계약법을 제정한 바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세계적 보험사들을 규율하고 있는 등 보험 산업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상법에서 보험편을 분리시켜 독립된 보험계약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상법 내에 있는 회사편 중 주식회사와 유한회사 등 물적 회사에 관한 규정들을 분리하여 별도의 법률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사적 계약관계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에 관한 규율은 가능한 한 회사법을 통하여 규율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이미 1892년에 상법에서 유한회사에 관한 규정을 독립시켜 별도의 유한회사법을 제정하였고, 1937년에는 별도의 주식회사법을 제정한 바 있다. 일본도 2005년에 별도의 회사법을 제정하여 경제규제의 많은 부분을 사법(私法)영역으로 전환하였다.


아직도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규제완화의 요구들이 많다. 이는 우리 국가경제가 “큰 시장,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당위성에 비춰 볼 때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물론, 재계ㆍ학계 전반에 걸쳐 시급히 상법의 개별 입법화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기업법률포럼 상임대표, shchun@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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