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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담론, 일자리와 임금격차 해법에 대한 더 솔직한 노동토크가 필요


2015년 진행된 노동개혁을 둘러싼 노사정간 공방은 제19대 국회이든 제20대 국회이든 관계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물론 최근에 전개된 일련의 모습을 보더라도 노동개혁의 내용 중 주요 이슈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이 걸려 있는 비정규직 문제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변경과 관련한 법적 가이드라인 제정 문제를 최대 이슈로 손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2014년부터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어 왔고 조만간 주력산업인 조선산업 등에서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른바 저성장 기조와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경제효과도 발생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2016년부터는 본격적인 만60세 정년연장이 시행됨에 따라 기존 취업자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명퇴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의 불안이, 노동시장에 미처 진입하지 못한 청년층에게는 신규고용시장의 룸이 좁아진다는 불안이 겹쳐서 표현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2016년 이후에도 우리 경제의 화두는 여전히 일자리 숙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종전부터 노동시장의 활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추진된 노동개혁 논의가 한층 더 치열해 질 것이며, 그 구체적 이슈로 대변되고 있는 비정규직 고용의 안정적 활용 제고, 일반해고와 취업규칙변경 절차의 명확화 문제 등은 아마도 2016년 이후 노동개혁의 주요 공방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노동개혁은 필요하지만 우리 산업현장의 노동시장 실태에 비추어 진짜 필요한 개혁 조치가 무엇인지를 더 솔직하게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공방이 여전히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가장 큰 고질적인 문제는 무엇보다도 임금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고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보다 임금 지불능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경쟁력있는 대기업의 임금지불이 생산성에 맞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에 치명적일 것이고 이것은 곧 일자리의 대량 탈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임금실태 중 큰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유사한 생산방식에 따른 유사한 직무능력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간에 임금 등 근로조건 격차가 너무 과도하여 일자리 선호와 기피 문제 등 임금격차 문제가 산업현장의 생산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낳고 있다. 요컨대 임금경쟁력과 임금격차 문제의 해결이 안정적인 일자리 유지 증가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근로의욕의 상실이 아니라 근로의욕의 고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임금지불 수준이 생산성에 부합하도록 유지된다면 기업경쟁력과 일자리가 유지될 것이고 대중소기업 간에도 직무능력에 맞는 임금지급이 이루어진다면 임금격차 문제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임금경쟁력과 임금격차 문제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가지 정책으로 표현되어 왔다.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과 개편 모델 개발, 원하청 관계에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내지 동반성장 정책 추진시 원하청기업간 납품단가 조정제도 도입 등이 그러하다. 노동개혁의 내용 중에서도 취업규칙변경 가이드라인은 임금조정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은 나름대로 소기의 효과를 얻고 있기도 하다. 그간 우리 임금체계 관행의 문제점을 꾸준히 드러나게 하고 이에 따라 개선의 필요성도 공감하도록 하였으며, 공기업이 선도하는 방식으로 정책적 노력도 인정된다. 원하청 거래관계에 있는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정책도 하도급공정거래의 불편한 관행을 개선하는데 적지 않은 성과를 얻어 중소기업에도 대기업의 온기가 스며들 수 있도록 한 정책적 노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임금경쟁력과 임금격차 문제를 푸는데 근본적인 방안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이들 정책은 나름대로 효과를 얻고 있지만 임금경쟁력과 임금격차 해소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멀리 우회하는 방안으로서 돌직구적인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임금체계개편과 원하청 거래관계에 있는 대중소기업간 하도급거래의 공정성 제고 정책 자체는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 임금경쟁력과 임금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키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산업현장에서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연공형 임금체계 관행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고, 원하청 거래관계에 있는 하도급 중소기업 종사자 임금수준을 대기업의 납품단가 조정을 통해 대기업 종사자와의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산업현장에서 진짜 필요한 임금체계 개편의 수단이나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수단을 찾아야 하지 본질을 외면한 체 계속 우회하는 변방적인 정책이 본질인 것처럼 하도록 방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원하청 거래관계에 있는 대중소기업간 격차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경제민주화 바람을 불러온 요인으로서 잘 나가는 글로벌 대기업이 우리 산업의 격차 문제의 진원지이므로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식으로 발전될까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연공임금체계는 전세계에서 가장 심한 국가에 해당하고 연공임금관행을 보유한 일본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고, 특히 제조현장의 유사직무군에서도 근속에 따른 임금 연공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것을 해결하는 해법은 노사간 협상을 통해 푸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것이 잘 안되니 임금피크제나 취업규칙불이익변경법리 개선 등의 공방이 진행되는 것이다. 만일 더 이상 임금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여 일자리의 유지 증감을 의욕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연공임금체계관행을 개편할 수 있는 획기적이고 솔직한 수단 모색을 공론화해야 한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사회통념상 합리성 기준의 완화나 교섭시 사측의 협상력을 지지해 줄 수 있는 파업시 대체근로 금지 개선 등이 그러하다.

참여정부 이래 우리나라의 독특한 정책과제 중 하나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내지 동반성장이라는 이른바 대중소기업 협력 정책이 이제는 노동정책의 과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원하청 거래관계에 있는 대중소기업간 납품단가 등에 대한 대기업측에 의한 협력을 통해 대중소기업간 과도한 임금격차 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공세로서는 맞는 논리일지 모르나 과학적 수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도대체 대기업이 납품단가 등에 따른 협력을 얼마나 해야 원하청 거래관계에 있는 수천개에 달하는 중소기업 종사자의 임금수준을 올라가게 하고 대기업 종사자와 격차가 좁혀질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풀기위해 솔직한 답을 찾자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천지개벽식으로 제고되든가 아니면 대기업 종사자의 임금수준을 멈추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경제단체가 금년도 임금인상 안을 상승률이 아닌 정액 방식을 제안한 것도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아무리 좌고우면 해보아도 현재와 같은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는 대기업의 임금상승이 자제되도록 하는 수밖에 답이 없다. 그렇다고 대기업 종사자의 임금수준을 무조건 멈추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 성과와 높은 직무능력을 보유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당연히 고액의 보상을 해야 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다. 필자가 말하는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는 유사한 생산방식에 종사하는 유사한 직무능력을 가진 그룹을 말한다.

연구자들도 이 문제를 보다 과학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문제를 자세히 분해 해주어야 한다. 대중소기업간 지불임금의 격차가 생산성을 초과하는 것인지부터 생산성에 하회하는 것인지까지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기업규모가 클수록 임금프리미엄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실증에 대하여 학력, 스킬 등을 배제하고도 기여하는 프리미엄이 무엇인지, 노동생산성 격차라 하더라도 그것이 순수한 노동의 질에 의한 것인지, 자본노동비율 내지 노동장비율의 차이에 의한 것인지 등에 대한 세밀한 분해를 통해 연공이 아니라 유사한 직무와 스킬 등의 생산능력에 대한 합리적 임금결정 기준을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향후 일자리 정책과 산업경쟁력에서 기술혁신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 중 하나에 해당하는 임금경쟁력 제고를 위한 획기적이고 돌직구적이며 솔직한 토크가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하루빨리 이러한 공방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이상희(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 / lsh2008@kpu.ac.kr)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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