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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곪아 터지기를 기다리는가


노무현 정부의 개정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은 악법이다.1) 악법이라 함은 우리 헌법의 기본원칙인 재산권과 사적 자유를 제한하는 법을 말한다. 4년 전 노무현 정부는 좌파적 이념에 따라 사학법을 개정하였다. 재산권과 사적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 소지가 많았기 때문에 개정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강하게 밀어붙여 개정하였고,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사학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종교계의 표심을 의식하여 일부 재개정하였지만 기본적인 독소조항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래서 현재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사학법을 바로잡겠다는 공약을 하였다. 그러나 정권이 출범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아무런 개정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의사와 재산으로 독자적인 교육목적을 구현하기 위하여 설립된 것이다. 따라서 사립학교 설립의 자유와 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의 사학법에 규정되어 있는 개방이사제(사립학교법 제13조 4항)와 대학평의원회(사립학교법 제26조의 2)는 이러한 원칙에 위배된다.2) 따라서 이 조항들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노무현 정부에 의해 변조된 사학법은 학교법인으로 하여금 개방이사를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2배수 추천한 인사 중에서 선임하여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다. 학교법인은 본질상 재단법인이고 사법인(私法人)이다. 재단이사회를 구성하는 자율적 권한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본질적인 권한에 속한다. 그런데 현재의 사학법은 그 구성의 자율성을 제한하여 이를 강제하고 있다. 이것은 학교법인의 경영권에 대한 침해다. 경영권은 일종의 재산권이므로 결국 재산권 침해다.


또한 사학법은 교원ㆍ직원ㆍ학생으로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여 대학의 제반업무에 대하여 심의 또는 자문하고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을 추천하는 권한을 갖도록 하고 있다. 조직 운영의 기본원리는 권한과 책임이다. 권한을 갖는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에게는 그에 따른 권한이 부여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가 지켜지지 않는 조직은 쇠퇴하고 붕괴된다.


대학은 재단, 교직원,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는 조직이다. 그러나 운영에 따른 궁극적인 책임은 재단이 지며, 교직원과 학생은 피용자와 피교육자로서 운영에 대한 책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칙과 교육과정에 대하여 피용자 및 피교육자인 교직원과 학생의 심의를 받도록 하고 집행기관인 이사의 선출권을 부여하는 것은 잘못이다. 학생대표가 학칙 제ㆍ개정 등 대학의 중요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학교법인의 의사결정권의 본질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물론 학교발전을 위해 교직원과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는 중요하다. 그러나 참여하는 것과 책임이 부여되지 않는 권한을 갖는 것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권한만 갖고 책임을 지지 않는 대학평의원회는 구성원 간의 이해와 입장이 충돌하여 혼란과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는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교시설을 확충하고 교직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등록금을 올리려는 경우 교직원과 학생의 이해관계가 대립되어 구성원 간에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또 학교가 교원과 학생에 대해 연구의 진작과 교육의 수월성을 위한 조치를 강화할 경우 교원과 학생이 이에 대해 반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법인이사회가 상징적이고 무력한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 사학에서 학교법인의 이사회는 최고의 의사결정기구이다. 그러나 대학평의원회가 심의 결정한 사항을 법인이사회가 거부한다면 대학평의원회가 반발할 것이고, 그에 따라 갈등과 분규가 생길 수 있다. 만약 갈등과 분규가 두려워서 대학평의원회가 결정한 사항을 그대로 통과시킨다면 학교법인 이사회는 책임만 지고 권한은 없는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현재 사학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학평의원회 제도는 학교법인 이사회의 학교 경영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사학의 자유권을 부정하고 있다.


게다가 대학평의원회는 사립대학에 대한 불평등한 규제다. 현재 국ㆍ공립 대학에는 평의원회 제도가 없다. 국ㆍ공립대학보다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사학은 국ㆍ공립대학보다 훨씬 더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학평의원회의 설치 의무화는 전 세계의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사립대학에 대한 지나친 규제다. 전 세계에서 사립학교법을 갖고 있는 국가는 일본, 대만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일본만이 법률로 대학평의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지만, 일본의 평의원회는 학교법인의 자문기구에 불과하며 그 구성에 학생이 배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사장이 소집한다.3)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현재의 사학법은 사적 소유 재산을 사회적 소유로 바꾸어 사회주의를 실험하려는 의도다. 대학의 지배구조를 구성원들의 집단운영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이념적 소산이다. 사학법을 이대로 둔다면 사회주의 국가들이 소리 없이 서서히 멸망하듯이 우리의 대학들도 소리 없이 서서히 경쟁력을 잃고 쇠퇴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특히 대학교육은 그렇다. 전문대를 포함하여 전체 대학 중 사립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학교 수로는 74.9%이고 학생 수로는 87%에 달한다. 이것은 사학이 발전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의 발전은 요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학법은 사립대학교의 발전을 옥죄는 악법이다. 이 법을 바로 잡지 않고서는 사립대학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나아가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를 어느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현 정부는 사학법을 바로잡겠다는 공약은 잊어버린 채 되지도 않을 사교육을 잡겠다고 엉뚱하게 하릴없이 외국어고등학교를 폐지하느니 마느니 하며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고 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정부 간섭과 규제를 줄이고, 재산권과 자율권을 제한하고 훼손하는 교육관계법과 교육정책을 폐지 또는 수정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 사학법에 노무현 정부가 박아놓은 ‘대못’을 뽑는 일이다. 조속히 교육정책의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너무 늦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대학원장/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jwa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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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립학교법은 1963년 사학을 통제하기 위한 법률로서 제정되어 그 동안 41번의 개정을 거쳤고, 현재 개방이

사제, 대학평의원회 등 위헌의 소지가 농후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고, 사전규제 위주로 사학의 자율을 해치고

있다.

2) 이 외에 임시이사제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제도 역시 위헌의 소지가 있음. 이재교(2009) “사립학교법 폐지의

당위성,”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봄 심포지엄 발표논문, 5월 13일.

3) 앞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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