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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조정제도의 부활과 슈퍼 슈퍼마켓 논란


최근 유통업을 둘러싼 논란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제도가 바로 사업조정제도이다. 이 제도는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려는 제도라는 점에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와 그 본질이 같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입을 막기 위한 제도였으나, 이 제도로 인해 오히려 중소기업의 비효율이 커지는 역기능을 초래하였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2006년 폐지되고 지금은 사업조정제도만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법 제32조에 명문화된 사업조정제도는 사실상 그 존재가 거의 잊혀지고 있다가 최근 슈퍼 슈퍼마켓(Super Supermarket: SSM)의 시장 진입과 함께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진입을 제한하는 사업조정제도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이 고유업종 이외의 사업을 인수ㆍ개시ㆍ확장하여 당해 업종의 중소기업 상당수가 공급하는 물품 또는 용역에 대한 수요의 감소를 초래하여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에 현저하게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이 경우에 중소기업청장은 당해 대기업에게 사업의 인수ㆍ개시 또는 확장의 시기를 3년 이내의 범위에서 연기하거나 생산품목ㆍ생산수량ㆍ생산시설을 축소할 것을 권고할 수 있고 권고를 이행치 않을 경우 이행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사업조정제도는 그 자체로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사업조정제도가 갖는 진입제한적인 성격이다. 3년 이내에 사업의 연기나 축소를 대기업에게 권고하고 이행을 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일정기간 특정사업 분야에 대한 대기업의 신규진입과 사업확장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조정제도는 경쟁을 본질로 하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반하며, 기업의 영업 자유와 정면으로 배치된다.1) 또한 사업조정제도는 적용되는 사업범위의 모호성이다. 대기업이 고유업종 이외의 사업을 인수ㆍ개시 또는 확장하는 경우로 대상사업을 모호하게 규정해 놓음으로써 대기업이 사업을 신규로 시작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경우에 많은 사업 분야에서 진입 또는 사업 확장의 조정을 거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유통업의 성장과 낮은 생산성

근래까지 사업조정제도는 극히 일부 산업의 기업들에게 적용되었지만, 최근 슈퍼 슈퍼마켓의 시장진입이 본격화되면서 유통업은 물론 이와 유사한 업종까지도 신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2)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유통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풀면서 빠르게 성장을 한 산업이지만, 생산성은 다른 나라와 다른 산업에 비해 여전히 낮은 상태이다. 우리나라 유통업의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구매력평가지수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의 39%, 미국의 26%, 프랑스의 36% 수준에 불과하다. 또 국내에서도 유통업의 노동생산성은 전 산업 평균의 42%, 제조업의 23% 수준이며 농림어업에 비해서도 낮다. 유통업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2.98%로 전 산업 평균 3.31%, 제조업 평균 8.81%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렇게 유통업의 생산성 수준과 그 증가율이 낮은 이유는 규모가 영세할 뿐만 아니라 경영이 전근대적이고 유통정보화가 취약하기 때문이다.3) 유통업은 제조업의 성장을 돕고 소비자의 후생증진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유통업의 빠른 성장과 함께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ㆍ대형 상점 도심 진입의 집객효과: 일본의 사례

일본은 유통개방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중ㆍ대형 상점의 도심 입점을 허용함으로써 오히려 주변상권을 활성화하고 있다. 일본이 유통산업의 규제를 완화한 배경은 유통관행과 유통규제가 유통비용을 지나치게 상승시키고 대외적으로는 비관세장벽의 요인으로 작용하여 관련국 간 무역마찰의 원인이 되었고 유통생산성 저하를 가져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4) 이에 따라 일본은 중소기업 소매업의 보호를 중심으로 하였던 대규모소매점포법을 폐지하는 대신에 주변지역 생활환경의 보호와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법을 만들었는데 대규모소매점포입지법이 그것이다. 이 법은 대형점포의 건설 자체를 강력히 규제했던 대규모소매점포법을 폐지하면서 크게 규제를 완화한 내용을 담아 만든 법이다.5) 원래 1973년도에 제정된 대규모소매점포법은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명시하고 있지만 도심의 재래상가 상인들이 주변에 대형 상점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인들을 움직여 만든 사실상의 소규모소매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었다.

소매업 상인들은 현대화된 중ㆍ대형 상점만 쫓아내면 재래상가가 계속 성장하리라 믿었지만, 대형유통업체들은 제도적인 규제를 피해 교외에 상점을 설립하면서 쇼핑인구 자체가 교외로 발길을 옮겨가기 시작하였다. 대규모소매점포법이 오히려 도심 재래상가의 쇠락을 재촉한 것이다. 일본의 대규모소매점포법은 중소소매업 보호정책의 일환으로 중ㆍ대형 상점의 진입 규제를 과도하게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도심상권의 침체를 초래하였다. 최근 만들어진 대규모소매점포입지법은 중ㆍ대형 상점의 도심진출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고 중ㆍ대형 상점의 도심 진출 확대는 해당지역의 사업 활성화, 즉 중소 소매점의 매출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6) 이 같은 일본의 사례는 중ㆍ대형 상점의 도심 진입이 오히려 해당지역의 집객 상승효과를 가져온다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슈퍼 슈퍼마켓(SSM)과 지역 슈퍼마켓(SM)의 공존방안

현재 슈퍼 슈퍼마켓의 시장 진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슈퍼 슈퍼마켓은 대형마트보다는 작지만 지역 슈퍼마켓보다는 큰 기업형 슈퍼마켓을 말한다. 이 같은 슈퍼 슈퍼마켓의 진출이 지역 슈퍼마켓의 조정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여러 제도적ㆍ정책적 해결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슈퍼 슈퍼마켓의 시장진입 문제는 장기적으로 유통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지역 슈퍼마켓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다 넓히는 방향으로 진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슈퍼 슈퍼마켓의 진입제한은 지방 유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비효율성을 온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법에 따르면 길게는 6년간 진입을 제한할 수도 있어 슈퍼 슈퍼마켓의 진입이 더욱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을 통해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등 슈퍼 슈퍼마켓의 진입을 제한하는 법 개정은 이 부문의 효율성 향상을 지연시키고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7)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법의 사업조정제와 함께 유통산업발전법의 진입 강화가 적용되는 것은 지나친 중복규제라 아니 할 수 없다. 유통업에서도 비효율적 부문에서 보다 효율적인 부문으로 자원이 이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유통업 전반의 경쟁력이 하향 평준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둘째, 슈퍼 슈퍼마켓과 경쟁하기 위해 지역 슈퍼마켓은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지역 슈퍼마켓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종합도매업체의 육성을 통한 네트워크화가 필요하다. 종합도매업은 소매점인 지역 슈퍼마켓이 필요로 하는 공산품은 물론 농산물까지 종합적으로 공급하고 상품의 수하와 배송은 물론 보관, 유통가공, 정보처리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도매업체이다. 미국에서는 소매업이 할인점, 슈퍼센터 등으로 대형화ㆍ체인화되면서 중소규모 슈퍼마켓의 영업기반이 위축됨에 따라 대량물량 구입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은 종합도매업체에서 상품을 조달하게 되었다. 지역 슈퍼마켓이 종합도매업체와 체인화 내지 네트워크화하는 것은 지역 슈퍼마켓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의 하나가 될 것이다.8)

마지막으로 슈퍼 슈퍼마켓의 진입제한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슈퍼 슈퍼마켓의 시장 진입과 함께 경쟁력을 갖춘 지역 슈퍼마켓의 성장은 품질ㆍ가격ㆍ서비스 측면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금보다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한 유통전문가가 지적한 바와 같이 대규모 소매점의 제한은 결국 대규모 소매점의 신설이 가져다주는 주변상점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감소시키면서 결국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서비스의 수혜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9) 실제 기업형 슈퍼마켓의 진출은 소비자들의 집객력을 높여 오히려 상권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10) 신유통업태의 등장이나 대형마트가 확산되면서 전통 유통시장이 침체된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이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홈쇼핑과 같은 신업태는 후발자의 위치에 있으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지만, 전통시장은 그러한 노력을 게을리 하였다. 향후에도 현명한 소비자는 슈퍼 슈퍼마켓이든 지역 슈퍼마켓이든 싸고 질 좋은 상품을 편리하게 공급하는 상점을 선택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lbk@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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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연승ㆍ권선주,『중소기업 사업조정제도 활성화 방안』, 중소기업연구원, 2007

2) 사업조정이 비고유업종으로 제한된 1996년 이후 2006년까지 사업조정 대상은 총 34건에 불과하였으며, 이

중 23건이 레미콘 사업조정이었고 다른 업종은 11건에 불과하였다.

3) 김동환, “OECD 국가 간 유통업 노동생산성 비교와 시사점,” 2007년 한국유통학회 추계 학술대회 발표 논

문집, 2007

4)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96년 유통시장을 개방하면서 대규모 점포의 개설 및 영업활동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기로 양허한 상태이다. 따라서 재래시장 등 중소유통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대형마트의 현행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거나 출점 또는 영업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접근 제한을 금지하고 있는 WTO 협정을 위

반할 가능성이 있다.

5) 일본에서는 대규모 소매점포입지법을 중심시가지활성화법, 개정도시계획법과 함께 마을 만들기 3법이라

한다. 마을 만들기 3법의 시행은 일본의 도시정책이 도심 혼잡을 분산시키는 데서 도심재생을 유도하는 방

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6) 日本經濟産業硏究所(RIETI),『中ㆍ大規模店の參入ㆍ退出と中心市街地の活性化に關する計量分析』,

2006-07

7) 최근 유통산업발전법의 경우 대도시와 중소 시ㆍ군ㆍ구를 구분하여 대규모 점포 매장면적 기준을 달리하고,

대도시의 경우 대규모 점포의 개설을 등록제로 유지하되 시장이 협소한 중소 시ㆍ군ㆍ구의 경우에는 대규모

점포의 개설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1곳을 초과하여 대규모 점포의 개설허가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

로 하는 의원입법이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또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경우에 시장점유율 합계가 일정수준

이상일 경우 사업자의 신규 점포 개설 시 의무적으로 주변지역의 재래시장과 중소유통기업에 미치는 영향평

가 및 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성격을 갖는 법률이 제안되고 있다.

8) 김동환(2007) 참조

9) Bertrand, M. and F. Kramarz, “Does Entry Regulation Hinder Job Creation? Commercial Zoning and Re-

tailing Employment in Franc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November 2002, Vol.117, No.4, pp.1369-

1413

10) “2004년부터 올해까지 기업형 슈퍼마켓 3개사가 신규 개점한 198개 점포의 반경 500m 내 상권 변화를 분석

한 결과, 해당 상권에 중소 슈퍼마켓도 53개가 신규 개점했고, 폐점한 중소 슈퍼마켓은 22개로 조사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기업형 슈퍼마켓의 집객 효과로 인해 미장원ㆍ세탁소ㆍ꽃집ㆍ음식점 등이 신규로 이 상권

에 진출했다”. 안승용(한국체인스토어협회부회장),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가?”, 조선일보, 2009.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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