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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한국 창조의 길은 사회적 자본 확충에 있어


글로벌 경제위기를 가장 빠른 속도로 벗어나고 있는 나라로 한국을 꼽는 외신보도들을 접하면서 위기 때마다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한 우리 국민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가깝게는 1997년의 외환위기 극복에서부터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어낸 일, 그리고 무엇보다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헐벗고 굶주렸던 가난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달려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우리 국민들의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불굴의 의지와 ‘잘 살아 보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온 결과라고 생각된다.


세계경제가 이번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경기회복 패턴과 관련해서 ‘U자형(완만한 회복)‘, ‘W자형(이중 침체)‘, ‘L자형(침체 장기화)‘, ‘V자형(급속한 회복)‘ 등으로 의견들이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지난해 드리워졌던 어두운 그림자를 벗고 이제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우리 국민사이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라 하겠다. 이러한 경제주체들의 인식을 기반으로 하여 경기회복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꾸려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특히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단기적인 경기회복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가능케 하는 성장의 원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제의 성장은 여러 가지 성장 동력원이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부르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경제성장의 동력을 분업에서, 마샬(A. Marshall)은 기술에서,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는 지식의 분산에서, 노스(Douglass Cecil North)는 제도에서, 배로(Robert J. Barro)는 경제적 자유에서, 삭스(Jeffrey Sachs)는 시장개방에서, 헌팅턴(Samuel Phillips Huntington)은 문화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신경제(New economy)를 맞이하여 로머(P. Romer)와 루카스(C. Lucas)는 R&D가 경제성장의 주요 인자라고 설명하고 있다.1)


지속성장의 핵심은 사회적 자본의 확충


한국경제의 성장 동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위에서 언급한 분업과 기술, 지식의 분산, 시장제도와 경제적 자유, 시장개방을 통하여 그리고 우리나라 특유의 불굴의 정신과 문화를 통하여, R&D투자를 통하여 성장해 왔으며 여기에 기업가정신이 이를 견인하는 힘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견인할 주요 인자는 무엇일까? 경제성장이나 기술진화의 경로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기업 내부의 노사관계나 기업을 둘러싼 정치ㆍ사회ㆍ문화 각 영역에 있어서의 경로 의존적(path-dependent) 인식의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핵심 콘텐츠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확충“으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난 60년대 이후 압축적으로 성장해 온 우리 경제의 발전단계가 물적 자본(physical capital)과 인적 자본(human capital)을 넘어서서 개인과 기업, 그리고 기업을 둘러싼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각 영역에 있어서의 관계의 수준, 즉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수준에 의해 더욱 크게 영향을 받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는 ‘넛 크래커’나 ‘샌드위치’에 비유되곤 한다. 기업생태계의 관점 그리고 제품의 구성요소 간 인터페이스(interface)의 정밀도를 중시하는 아키텍처 이론에 의하면, 우리 경제와 중국ㆍ일본과의 경쟁력의 차이는 기업 간 관계(business relationship)에 있어서의 협력의 정밀도의 수준 차이로 설명되고 있다.2) 기술혁신 역시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서 기술격차를 추격하면서 압축적인 진화경로를 밟고 있다.3) 네트워크 경제ㆍ네트워크 사회가 도래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은 개별기업의 경쟁력 수준이 아니라 기업 네트워크 간 경쟁력의 수준 차이에 의해 결정되며, 국가 경쟁력 역시 그 나라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수준에 의해 좌우되는 단계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완성기업과 부품ㆍ소재기업, 대기업과 중ㆍ소기업 간의 협력 네트워크의 수준에 따라 그리고 노와 사의 협력과 신뢰의 정도에 따라 기업경쟁력이 좌우되고 있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각 영역에 있어서 ‘나와 다른 의견’을, ‘상대방’을 대화의 파트너로 존중하며 협력하는 수준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결정되는 단계에 와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매년 국내 총생산의 27%에 달하며, 소득불평등과 민주주의 성숙도 등을 수치화해서 만든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가 0.71로 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사회갈등이 심하다는 분석결과도 최근 나온 바 있다.4)


최근 중국 전기자동차회사 비야디(比亞迪, BYD) 관련 기사에서 나타나듯 중국 경제의 성장발전 속도는 과거 우리 경제 못지않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 역시 지난 10여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주춤거리는 경제로 인해 얼마 전 정권이 바뀌기도 하였지만 우리의 경우 일본에 비해 기업 간 가치사슬에 있어서는 틈새가 벌어져 있으며 이 점에서 틈새경쟁력, 인터페이스의 정밀도를 높이는 연결경쟁력의 수준을 여하히 높이느냐 하는 것이 향후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인자가 되고 있다.


내부 효율성과 더불어 외부 효율성도 살려 나가야


기업의 연결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기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완성업체와 부품ㆍ소재기업 간 협력의 형태로 증대되어 왔으나 이는 결코 기업에 국한된 과제가 아니다. 이는 기업과 국민, 정부, 소비자, 시민단체, 언론ㆍ방송, 지식인, 정치인 등 각계각층의 인식의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과제로서 우리 사회의 인식수준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에 따라 그 수준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효율의 개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을 요구한다. ‘내부 효율성’을 넘어서서 네트워크 경제에 있어서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 ‘외부 효율성’에 대한 공유인식을 넓힐 필요가 있다. 기업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수준이 대체로 ‘내부 효율성’에 머물러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우리 경제 성장의 견인력으로 작용해 왔으며 앞으로도 ‘내부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그러나 ‘내부 효율성’에 우리의 안목이 머물러 있는 한 앞으로 이러한 인식이 성장의 원동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성장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위험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쌍용자동차 사태와 사회 갈등비용 추계에서 알 수 있듯이 갈등과 불신을 협력과 신뢰로 바꾸는데 인식 수준을 높이지 않을 경우에는 경제의 지속적 성장,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계속 문턱에서 좌절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자칫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기술격차를 추격하고 있는 중국에 경쟁력이 빠른 속도로 잠식당할 위험성도 커지게 될 것이다.


내부 효율성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많은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의 유연성은 더 높아져야 하고 자유주의에 기초한 시장경제가 더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경제성장의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위한 충분조건으로서 ‘외부 효율성’에 대한 관심은 - 특히 이미 도래한 네트워크 경제에 있어서의 이에 대한 관심은 - 기업과 우리 사회 각 영역에서 공유인식을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기업의 경우 자신과 다른 기업과의 관계가 아니라 자사(自社)만을 들여다보거나 노동자와 경영자가 따로 자기 세계만 바라볼 경우,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이 변화하는 세계와는 동떨어져 지금까지의 자신들의 이념에 계속 함몰되어 있거나 언론ㆍ방송이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인식의 지평의 발전을 제약할 경우, 우리 경제는 ‘근시안(Myopia)‘ 의 함정에 빠져 지속성장의 길에서 벗어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눈을 크게 떠서 가까운 곳을 넘어 더 멀리,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 세계를, 독생(獨生)을 넘어서서 통섭하고 융합하는 데서 더욱 높은 생산성을 실현하려는 눈을 가져야 한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물적ㆍ인적 자본에서 사회적 자본의 확충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혀나갈 때 지속성장의 길, 높은 수준의 균형, 선진 한국을 창조하는 길을 가게 되리라 확신한다.


강호영 (한국경제연구원 전문위원, jhkang@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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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동운, “오너십 없는 기업가정신의 허상,” KERI 칼럼, 2009. 9. 21에서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잘 정리하였다.

2) 강호영, “대변혁기, 불황 이후를 대비하는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 KERI 칼럼, 2009. 7. 9.

3) 이근, 『신슘페터주의적 접근 동아시아와 기술추격의 경제학』, 박영사, 2007.

4) 박준,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 삼성경제연구소, 200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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