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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에 맞춰 결정되는 재건축아파트 부담금, 이래도 되는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재건축아파트 단지에 10억 원짜리 느티나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확인 작업에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느티나무를 보는 순간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그 나무는 한 아름이 훨씬 넘는 둘레에 5미터 정도의 높이인데 하늘로 치솟은 가지는 하나도 없이 꼭대기에서 옆으로 뻗은 가지 하나가 묘한 멋을 풍기고 있었다. 나무의 값은 10억 원, 지방에서 서울로 운반하는 데 든 비용만 해도 3억 원이었다고 한다.

아파트가 일찍 들어선 강남지역의 재건축아파트 단지는 단지마다 한 그루에 1천만 원이 넘는 소나무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도 이제는 이 정도의 환경에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재건축아파트 단지가 날로 고급화되면 그 많은 부담금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재건축아파트 부담금은 줄곧 치솟기만 했다. 왜 그랬을까? 필자는 그 이유를 첫째, 재건축조합과 시공업자들이 재건축아파트 고급화에 경쟁적으로 전력투구해 왔고 둘째, 시공업자들이 재건축아파트 부담금을 원가와 상관없이 시세(時勢)에 맞춰 결정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10억 원짜리 느티나무를 재건축조합과 시공업자가 재건축 단지에 사들인 것은 재건축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급화 전략이다. 고급화 전략의 비용은 입주자들이 고스란히 떠맡게 되지만, 고급화의 결과 재건축아파트 값이 오르기만 하면 부담금 증가 같은 것은 문제가 될 리 없다. 여기에다 시공업자들이 재건축아파트 부담금을 원가 아닌 시세에 맞춰 결정하는 데도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을 때에는 부담금 증가 같은 것 또한 문제가 될 리 없다. 재건축아파트 부담금 결정 공식이 이를 밝혀준다.

다음은 서울특별시 서초구에서 한 시공업자가 재건축아파트 부담금 결정에 적용한 공식이다.

개별조합원 부담금=개별조합원 종후자산 평가액-개별조합원 종전자산 평가액×(전체조합원 종후자산 평가액-재건축 총사업비)÷전체조합원 종전자산 평가액}(참고: 종후(終後)가격은 재건축 후의 가격, 종전(從前)가격은 재건축 전의 가격)

공식에서 보듯, 재건축아파트 부담금은 주로 ‘종후자산 평가액, 종전자산 평가액, 사업비’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이 공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건축아파트 부담금은 사실상 ‘종후가격’, 다시 말하면 재건축 후의 아파트 시세가 결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공식을 사용하여 재건축아파트의 부담금을 계산하는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100가구 단지에서 개별조합원의 종전가격 7억 원 아파트를 2억 원 공사비를 들여 종후가격 10억 원 아파트가 되도록 재건축한다고 가정한다. 개별조합원 부담금=10억 원-(7억 원×{(10억 원×100가구-2억 원×100가구)÷7억 원×100가구}=2억 원. 이제 개별조합원의 종후가격을 높이기 위해 개별조합원의 공사비를 올려 고급화를 시도한다고 하자. 여기에서 공사비용을 10% 올리면 종후가격도 10% 오른다고 가정한다. 이 가정에서 개별조합원의 부담금과 종후가격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자. 개별조합원 부담금=11억 원-(7억 원×{(11억 원×100가구-2.2억 원×100가구)÷7억 원×100가구}=2.2억 원. 결론: 개별조합원의 공사비는 2천만 원 올랐지만 종후가격은 1억 원이 올랐다.

이 예에 따르면, 개별조합원의 경우 시가 10억 원이 되리라는 전제로 시가 7억 원 아파트를 공사비 2억 원을 들여 재건축할 때 부담금은 2억 원이다. 이처럼 고급화 전략을 펼 경우 개별조합원의 부담금은 2천만 원 올랐지만 재건축아파트 값은 1억 원이 오른다. 이를 마다할 입주자가 세상에 있을까?

강남지역의 재건축아파트 부담금이 이런 방식으로 결정되어 왔기 때문에 재건축아파트 부담금은 지난 몇 년 동안 눈 깜짝할 사이에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으로 뛰어버렸다.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시세에 맞춰 결정되는 부담금 증가가 일반 분양가 상승도 주도해 온 것이다.

요컨대 건설업자들은 재건축조합과 손을 맞잡고 예를 들어 현재 5억 원 하는 아파트가 재건축 후에 10억 원이 될 것이라고 부추긴다. 그리고 나서 건설업자들은 고급화를 부추겨 부담금을 원가가 아닌 시세에 맞춰 결정한다.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을 때는 설사 부담금이 오른다 할지라도 재건축아파트 값이 더 많이 오른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입주자들이 건설업자들의 고급화 계획에 반대할 리 없다. 이렇게 해서 재건축아파트 부담금은 몇 년 동안에 껑충 뛰었고, 이에 발맞춰 일반 분양가도 상승해 왔다. 실제로 강남지역에서 재건축 전에는 5억 원을 호가하던 아파트가 재건축 후 10억 원이 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세에 맞춰 결정되는 재건축아파트 부담금, 과연 이대로 두어도 될 것인가?

박동운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dupar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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