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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노동부장관에게 다시 바란다


“신임 노동부장관에 바란다”는 칼럼을 통해(동아일보 2009. 9. 23)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임태희 노동부장관의 취임에 앞서 “한국의 노동정책은 노동부장관에 따라 노사 양상이 달라져 왔다”면서 “한국은 노동부문을 개혁해야 선진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제언했는데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필자는 “신임 노동부장관에게 다시 바란다”는 제목으로 “한국의 노동부문 선진화는 법과 원칙의 적용에 있다”고 제안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하여 ‘법과 원칙의 적용’으로 노동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수상(재임기간 1979.5~1990.11)과 제임스 볼저 전 뉴질랜드 수상(재임기간 1990.11~1996.12)의 노동정책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1)

법과 원칙을 바로잡아야


임태희 신임 노동부장관은 지난 10월 1일 취임식을 갖고, “13년이나 미루고 있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를 올해는 꼭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가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후진적 노사관계 틀을 바로잡는 핵심 개혁과제”라고까지 말했다. 이를 놓고 노조측은 거부 반응을, 사용자측은 환영의 반응을 보였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는 13년 동안이나 노조에 발목이 잡혀 유예되어 온 현안인데, 임 장관은 이를 ‘법과 원칙’을 적용하여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지켜봐야 알겠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국의 노동부문은 선진화될 수 있다.

이에 앞서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한국 노동시장은 2000년 이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빠르게 경직되어 왔다는 점이다. 프레이저연구원의 ‘노동시장 규제관련 경제자유’가 이를 입증한다.2) 이에 따르면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관련 경제자유’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4.2점(만점은 10점)으로 123개국 가운데 58위였는데 노무현 정부 첫 해인 2003년에는 4.1점으로 127개국 가운데 81위로 떨어졌고, 이어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4.4점으로 141개국 가운데 113위로 뚝 떨어졌다. 이는 설명할 필요 없이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친노(親勞)정책이 가져온 결과다. 참고로 중국은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가 2000년에 123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높은 48위였는데 2007년에는 141개국 가운데 131위로 떨어졌다. 이는 중국이 최근 노동시장을 규제하는 ‘고용법’을 도입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또 하나는 이명박 정부에서 이영희 전 노동부장관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금 노조 내부의 노노(勞勞)갈등, 이전과 다름없는 노사갈등,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노정(勞政)갈등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임 장관의 소임은 크다. 특히 임 장관이 전임 이영희 장관처럼 성과 없이 물러난다면 한국의 노동부문 선진화는 당분간 그림의 떡이 되고 말 것이다.

영국의 노동개혁

영국은 마거릿 대처가 집권하기 전 1970년대는 그야말로 노조천국이었다. 노조는 정책 내용에 따라 노동당, 보수당 할 것 없이 멋대로 정권을 갈아치웠을 만큼 막강한 파워를 행사했다. 1978년 노조의 연대파업으로 발생한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은 영국이 노조천국이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불만의 겨울’이 끝나고 1979년 초에 실시된 총선에서 마거릿 대처는 보수당 당수로서 “불법적인 노조파업을 ‘법과 원칙’으로 다스리겠다”고 공약했다. 1979년 5월 총선에 승리한 대처는 정권을 잡자마자 노동관계법 개정에 착수했다. 대처는 집권 11년 반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노동관계법을 제정하고 개정했다. 주된 내용을 보면 대처가 ‘법과 원칙’을 적용하여 노조파워를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ㅇ 1980년 고용법 제정

- 클로즈드 숍(closed shop) 제도(주: 노조원만이 회사원이 될 수 있는 제도)의 지나친 보호조항 개정

: 클로즈드 숍을 채택할 때 비밀투표 의무화

- 동정(同情)파업 불법화

- 동정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에 대한 면책조항 삭제


ㅇ 1982년 고용법 개정

- 클로즈드 숍 제도를 더욱 약화: 5년마다 비밀투표를 통해 클로즈드 숍 유지여부 결정

- 노사분규 대상을 명문화하고 노조간부의 면책특권 제한: 정치적 파업 등과 관련하여


ㅇ 1984년 고용법 개정

- 노동조합의 면책특권 약화

- 고용주의 명령권 강화


ㅇ 1984년 노동조합법 개정

- 노조파업 때 파업여부에 관한 사전투표 의무화

- 노조간부는 5년마다 조합원의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되도록 의무화


ㅇ 1988년 고용법 개정

- 노조의 면책특권 완전 박탈: 클로즈드 숍에 대한 법적 보호규정 삭제

- 노조에 반대할 수 있는 개별근로자의 권리 확대

마거릿 대처의 노동개혁은 그 후 보수당 존 메이저, 노동당 고든 브라운 정권에서도 이어졌다. 노동개혁의 결과는 놀라울 정도다. 영국은 1998년과 2003년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 다음이고, 사실상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영국은 프레이저연구원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가 높기로 2000년 123개국 가운데 5위(미국은 3위), 2007년 141개국 가운데 25위를 기록했다.

뉴질랜드의 노동개혁

뉴질랜드는 영국인들이 ‘신이 내린 천국’을 건설할 목적으로 1800년대 초부터 정착하기 시작하여 세워진 나라다. 영국인들은 출발부터 노동자를 특수상품(特殊商品)으로 우대하면서 뉴질랜드를 ‘노동자 천국’으로 건설해 갔다. 뉴질랜드는 1894년 ‘노동자 천국’의 기반을 마련해 준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Industrial Conciliation and Arbitration Act of 1894)’을 도입했고, 같은 해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했다.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은 본래 항만노조의 격렬한 파업을 막고, ‘산업 평화와 중재’를 목적으로 도입된 법이었다. 이 법은 노동문제를 보통법에서 분리하여 특별법으로 다뤘다. 이 법을 기반으로 뉴질랜드는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도입했다. 그런데 ‘산업 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이 뒷받침되어 강성노조는 오히려 ‘산업 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을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했고, 1916년 노동당을 창설하여 1935년 집권에 성공했다. 노동당은 모든 노동자를 의무적으로 노조에 가입케 했고, 이로 인해 노조의 권한이 막강해져 뉴질랜드는 노조천국이 되었다.

그런데 ‘산업 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 도입으로 100여 년 동안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유지해 오던 뉴질랜드는 1960년대에 들어와 영국경제가 몰락하자 경제가 침체에 빠지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두 차례의 유가파동을 겪고 나서 그만 활력을 잃고 말았다. 그 후 1984년 노동당 롱이 수상이 정권을 잡자마자 영국의 마거릿 대처가 1979년에 추진했던 것처럼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의 구조개혁은 1984년에 정권을 잡은 노동당 롱이 정부에 이어 국민당도 추진했다. 구조개혁은 어렵지 않게 추진되었지만 노동개혁은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성역으로 남아 있었다.

1차와 2차에 걸친 노동개혁은 실패했고 1990년 국민당이 재집권한 후 제임스 볼저가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볼저는 1991년 5월 15일 가까스로 ‘고용계약법(Employment Contract Act of 1991)’을 도입했다. 이 법의 도입으로 100여 년간 유지되어 온 중앙집권적 노사관계가 분권적 노사관계로 ‘혁명적’으로 바뀌었으며 노동개혁은 성공했다. 노동개혁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고용계약은 고용주와 노동자가 자유롭게 체결하게 되었다.

- 고용계약에서는 법적 규제가 거의 없어졌다.

- 노조가 가졌던 의무가입 규정과 독점적 교섭권이 폐지되었다.

- 노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산업별ㆍ직종별 파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 분쟁조정은 원칙적으로 자율적으로 해결하게 되었다.

- 단체협약의 포괄적 적용이 폐지되었다.

- 기업별 임금교섭이 가능해져 교섭에 수반되는 거래비용이 감소했다.

- 노동이 더 이상 특별상품으로 간주되지 않게 되었다.

- 노조파워 약화로 단체행동에 의한 파업이 크게 감소했다.

- 임금상승률이 낮아졌고 근로형태가 다양하게 되었다.

OECD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1980년대 중반까지는 노동시장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였다. 그러한 나라가 ‘고용계약법’을 도입하여 ‘법과 원칙’을 적용한 결과 노동시장이 놀랄 만큼 유연해졌다. OECD의 ‘고용보호’ 수준을 보면 뉴질랜드는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998년 3위, 2003년 4위다. 또 프레이저연구원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를 보면 2000년에는 123개국 가운데 21위, 2007년에는 12위를 나타냈다. 노조 조직률 감소 추세를 보면 노동개혁 이전인 1988년에 44.7%였는데 1995년에는 21.7%로 7년 만에 무려 23.0%포인트나 감소했다. 이런 예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영국과 뉴질랜드가 ‘법과 원칙’을 적용하여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로 탈바꿈했다는 예를 들어 임태희 신임 노동부장관에 ‘다시’ 바란다. 한국의 노동부문 개혁은 ‘법과 원칙의 적용’에 있음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박동운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dupar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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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동운(2004), 『대처리즘: 자유시장경제의 위대한 승리』(FKI미디어)와 이계식 등(1998), 『350만의 드라

마』(중앙M&B) 참조.

2)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는 6개의 항목을 대상으로 측정되는데 이는 ‘최저임금, 채용ㆍ해고 규제, 중앙

집권적 단체협상, 채용비용, 근로자 해고비용, 징집(徵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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