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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있는 중소기업진흥정책, 대ㆍ중소기업 상생의 해법


최근 들어 상생이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대ㆍ중소기업 간의 상생은 경제위기와 더불어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대ㆍ중소기업 간의 상생은 당연한 일이며, 중소기업 없이는 대기업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가 상생이 아닌 대립관계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아마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1986년대 중반 공정거래법이 대폭 개정되던 때부터라고 생각된다.


당시 정부는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성장기반을 잠식해간다는 판단 하에 경제력집중억제정책을 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는 반면,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특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나라의 대ㆍ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기본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중소기업의 보호ㆍ육성관련 입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다.


지난 25여 년 동안 우리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입법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왔다. 중소기업과 관련된 법령이 700여 개에 달하며 22개의 법률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제정되었다. 즉 입법만으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중소기업 진흥국인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은 2007년에 세계 최고 대비 74.6%로 발표된 바 있으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의 경쟁력도 일본, 중국,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겨우 5위 정도에 머물러 있다.


당연히 중소기업 입법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대륙법계를 택하고 있는 중소기업 강국 독일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1960년대에 중소기업 진흥정책을 두고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독일은 당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일 정부는 1970년대부터 중소기업을 ‘경제구조개혁 및 경제성장의 주체’로 보고, 1980년대에 ”중소기업 진흥이란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라는 명제를 확립했었다. 현재 독일은 연방경제과학기술부에서 중소기업법이 아닌 일반법들을 통해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중소기업의 역할을 점차 증대시키는 효율성까지 확보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입법은 화려하지만 실속없는 중소기업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우선 포퓰리즘에 입각한 선심성 중소기업 입법정책을 개선하는 동시에 실효성있는 중소기업 정책을 수립ㆍ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중소기업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규모별 세분화된 지원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소기업기본법상 상시 근로자 수가 1천 명 미만, 자산총액이 5천억 원 미만, 자본이 500억 원 미만, 직전 3개년도 평균 매출액이 1,500억 원 미만이면 모두 중소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종업원이 999명이면 중소기업으로 종업원 1천 명인 기업과 비교하여 법적으로 다른 차원의 보호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반해 유럽연합은 2005년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수립할 때 그 적용대상을 세분화하면서 각기 다른 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종업원 250명 이상, 매출액 5,000만 유로로 구분하고 있으며 우리와는 750명의 차이가 나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유럽의 중소기업보다 3배나 큰 기업도 중소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규모가 일정수준에 달해 정부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기업도 지원대상이 되는 비효율적인 중소기업관련법을 우리가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중소기업의 범위에 맞게 구체적으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에 유럽연합의 경우에는 종업원이 50명 이상, 250명 미만, 매출액이 1,000만 유로 이상 5,000만 유로 미만이면 이를 중기업으로 분류하고 이에 맞는 지원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또한 소기업은 50명 미만 1,000만 유로 미만, 마이크로 기업은 10명 미만, 200만 유로 미만으로 구분하여 각기 달리 지원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물론 법률로 이를 정의하지 않고 정책적으로 이를 구분하여 시행하고 있다.


입법론적으로 볼 때 중소기업의 범위를 법으로 정하고 그 진흥방법을 다양하게 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즉 우리 중소기업 관련법은 선심성 또는 인기영합주의에 입각한 실속 없는 중소기업 진흥법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오히려 입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제한된 방법으로 중소기업 진흥정책을 펴기보다는 법률상 제한 없이 담당부서가 필요에 따라 중소기업의 범위를 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탄력적인 중소기업 진흥정책을 수립ㆍ집행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진흥정책이 선심성 입법정책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ㆍ중소기업 간의 상생을 위한 진흥책으로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기업법률포럼 상임대표, shchun@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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