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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제한이 사외이사 제도의 정답이 될 수 있을까?


다음달 주주총회 시즌은 공정경제 3법으로 불리는 상법, 자본시장법,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과 함께 3대 정책기조인 공정경제를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번 개정을 통해 주주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하지만 시장과 기업의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사외이사 임기제한에 대한 상법 시행령 개정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500개 이상의 회사와 700명이 넘는 사외이사 포지션에 직접적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외이사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목적 외에도 국제기구의 긴급차관을 받기 위해서였다. 사외이사의 법적 정의는 “해당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로 사내이사와 구분되지만 동일한 책임과 의무를 가진다. 기업은 사외이사를 추천할 때에 전문지식을 보유하여 역량과 실적을 가지고 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조언과 견제 감독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최대주주나 경영진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하였으며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 요구도 제기되어 왔다. 이번 개정 역시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를 포함해 9년을 초과해서는 사외이사로 근무하지 못하게 하며 같은 계열사의 사외이사 선임 제한 기간을 기존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정부가 특정 기간 이상의 연임을 금지한 사례는 국제적으로도 찾기 어려우며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물론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고 과거 사외이사가 효율적 감시자의 역할을 하지 않은 결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와 사회의 인식이 제고되고 압력이 강화되고 있어 사외이사의 개별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사 재신임을 무조건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에게 우호적인 이사로 전제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사외이사 연임을 제한하기도 하였고, 특정 의결권 가이드에서는 사외이사의 재임 연수를 사외이사 독립성 저해에 따른 결격 사유로 본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외이사의 연임과 독립성에 대한 합의된 결론이 내려져 있지 않으므로 기업과 관련 주체들의 개별적 이해와 선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개정 논의에서 선임된 사외이사들의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기업에서 상무를 담당하는 이사와 달리 정보 접근성 또는 해당 기업의 경영 경력이 부족한 사외이사에게 한 회사 또는 계열 회사에서의 이사 경력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사외이사의 인력 풀이 매우 제한적이며 사외이사에 대한 기대수준과 요구조건을 맞출 수 있는 인력도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이번 규제로 이사의 전문성이 약화되는 역효과의 우려도 존재한다. 더욱이 각 기업의 돌려막기식 선임을 통한 눈속임 효과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이사들의 자격 요건을 획일화하기 보다는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이 도입된 데에는 과거의 사외이사 역할과 의사결정에 대한 비판이 있음을 상기하고 보다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될 것이다.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가지며 이는 사내외 이사 모두에게 해당된다. 이번 개정에 대한 평가로 그치지 않고 이사회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사외이사의 선임을 넘어 사외이사의 직무 수행을 효율화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경영판단의 원칙의 명확화도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이다. 이를 통해 회사의 대리인인 이사가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yun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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