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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부의 통상정책은 자유무역을 외면하는가?


한ㆍ미 FTA 협상 당시 미국측 대표로 협상을 주도해 우리에게 낯익은 웬디 커틀러(Wendy Cutler)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지난 달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위 청문회에서 한 발언으로 인해 미국이 한ㆍ미 FTA 재협상을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커틀러는 구체적으로 한ㆍ미 FTA 관련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 근로자에게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고 이에 따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협정 위에서 패키지 권고안을 만들어 한국과 다시 협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요청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한ㆍ미 FTA 비준 이전에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함을 언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 조짐


커틀러의 이와 같은 발언은 미국 정부의 통상정책의 기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ㆍ미 FTA 협상 타결 이후 그녀는 한ㆍ미 FTA가 양국에 이익이 되고 또한 양국 간에 이익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음을 강조하였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주도로 이루어진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 발표,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당 유력 대통령후보들의 한ㆍ미 FTA에 대한 부정적 견해 피력 등으로 한ㆍ미 FTA 비준에 대한 우려가 있었을 때에도 그녀가 제시한 해법은 한ㆍ미 FTA와 직접적으로 무관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문제의 해결이었다. 즉 미 의회의 핵심인사들로부터 한ㆍ미 FTA 비준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해 쇠고기 문제의 해결을 제시한 것인데 이는 당시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광우병통제국의 지위를 획득한 상황에서 한ㆍ미 FTA를 위해 수입금지라는 교역장벽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으로 무역자유화 확대라는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인 제안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2년 전과 달리 최근 한ㆍ미 FTA 협상을 타결시킨 당사자임에도 수입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국내세제의 개편도 약속한 자동차 분야에 대해 다시 언급했다는 것은 미국 정부의 통상정책 기조 변화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오바마 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의 통상정책의 변화는 어느 정도이며 그 변화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미국 통상정책의 변화는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당의 의회 장악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 등으로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2007년 민주당이 미국 의회의 다수당이 되면서 나타난 통상정책의 변화는 대표적으로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의 수립을 들 수 있다.1) 미국이 FTA 등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경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노동ㆍ환경 기준 등 7가지 조건을 제시한 것이 신통상정책이다. 즉 교역상대국의 노동ㆍ환경 기준이 ILO, MEA 등 국제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을 무역자유화의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신통상정책의 전제조건은 선진국 수준의 노동ㆍ환경 기준을 부과하기 어려운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의 미국과의 교역을 간접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미국 통상정책의 핵심은 신통상정책에 나타나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신통상정책은 미국 통상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미국 무역대표부의 2009년 무역백서(trade agenda)에서 통상정책이 지향해야 할 가치로 기업가정신, 시장경쟁과 더불어 환경, 기회의 균등, 그리고 근로자의 권리를 거론하고 있는 데에 잘 나타나 있다. 2009년 백서에서는 또한 교역이 근로자에게 미치는 경제적 결과에 대한 고려가 통상정책에 반영되어야 함을 지적하면서 근로자들을 위한 무역조정지원(Trade Adjustment Assistance)이 강화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무역조정지원의 대상 및 규모는「2009년 무역 및 세계화 조정지원법(Trade and Globalization Adjustment Assistance Act of 2009)」의 제정으로 더욱 확대되었다. 이 법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부양책의 일환으로 제정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무역조정지원의 강화는 오바마 정부의 통상정책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역백서 어디에서도 자유무역을 지향한다거나 혹은 자유무역의 이득에 대한 언급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2009년 무역백서에 나타난 미국 통상정책의 방향은 노동·환경 기준 등을 무역자유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신통상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역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불안정성의 치유 및 예방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무역백서를 통해 나타난 오바마 정부의 통상정책을 액면 그대로 해석한다면 무역자유화의 확대를 위한 새로운 시도, 예를 들면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의 추진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통상정책 관련 상황을 통해 이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대표적으로 나타난 미국의 보호주의적인 교역제한조치를 살펴보자. 경기부양법안에 “Buy American" 조항과 같은 노골적인 보호무역 조항이 포함된 것은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보호무역 성향이 얼마나 강화되었는가를 보여준다. 또한 지난 9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35%의 관세를 부과한 조치도 합법성 여부를 떠나 전 세계 교역의 두 축인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야기하는 보호주의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성 조치들


이 조치와 관련하여 특징적인 점은 교역장벽을 높일 수 있는 제도상의 허점을 이익집단이 이용하여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WTO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다른 회원국들에게 2013년까지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급증할 경우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또한 미국의 무역법에 따르면 이 경우 중국산 타이어의 수입으로 국내 산업이 교란되면 중국이 국제무역협정을 위반했다는 증거 없이도 무역위원회의 판단과 대통령의 결정으로 무역구제조치가 가능하다.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35%의 수입관세 부과는 미국철강노조연합(The United Steelworkers Union)이 청원한 사항을 오바마 대통령이 받아들인 합법적인 조치이며 WTO 규정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보호주의적인 조치이다. 더욱 큰 문제는 미국의 산업 및 근로자 보호를 위해 보호주의적인 무역구제 조치를 요구하는 이익집단의 정치적 영향력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산 타이어 수입관세 부과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나 보호주의적인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요구를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다른 산업 및 노조들로 하여금 유사한 요구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무역의 결과로 나타난 불안정성의 치유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통상정책의 기조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미국 통상정책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역자유화의 수단인 다자간 혹은 양자간 무역협정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보아야 한다. 특히 2001년 협상이 시작된 이후 아직도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DDA 협상의 진전을 위해 미국이 어떠한 노력을 보이고 있는가는 자유무역에 대한 미국의 정책지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시금석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오바마 정부는 DDA 협상의 타결을 위한 가시적인 노력을 현재까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관련해서는 전임 부시 행정부에서 적극적인 FTA 체결 의지 및 노력을 보여줬던 반면, 오바마 정부는 새로운 FTA를 추진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체결했던 FTA에 대해서도 의회 비준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미 체결되어 의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콜롬비아ㆍ한국ㆍ파나마와의 FTA에 대해서도 비준 노력보다는 새로운 통상정책에 기초한 재검토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오바마 정부의 태도는 자유무역협정 혹은 전 세계적인 무역자유화를 위한 WTO의 도하라운드에 대해서도 명백히 유보적임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나타난 오바마 정부의 통상정책은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기존의 미국 통상정책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가 1930년대 스무트-홀리법의 제정과 같은 자극적인 보호무역으로의 회귀로 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한 단기간에 전 세계적인 무역 분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할 근거도 희박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통상정책의 변화가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전 세계적인 무역자유화의 확대,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했던 국제무역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역자유화를 위한 국제무역 시스템의 구축은 미국의 리더십 하에 지속적인 노력에 의해 이루어졌고 WTO의 수립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역자유화 확대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던 미국의 통상정책이 현재와 같이 변화된 양상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국제무역 시스템이 위협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이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나고 있는 미국 통상정책 변화 양상을 심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wsong@keri.org)

---------------------------------------------------------------------------------------------------1) 미국의 신통상정책이란 2007년 5월 미의회와 행정부의 합의로 채택된 미국 통상정책의 기본방향을 담은 것으

로, 기본노동기준, 환경과 지구온난화, 특허/지적재산권 및 의약에 대한 접근권, 정부조달, 항만안전, 투자,

근로자 지원과 교육 등 7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최초로 무역협정 상대국에게 노동ㆍ환경 등과 관

련한 국제적 기준의 준수를 FTA 상대국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서문에 “현재 진행 중인 FTA의 협

정문은 미국 무역정책을 근본적으로 선회시키는 이 정책에 따라 수정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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