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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취득제도, 개선되어야 할 점 많아


종종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도로주행교육을 받고 있는 노란 차들을 만난다. 자전거만큼이나 느리게 가는 모습에 짜증이 나기는커녕 유치원에 등교하는 어린 꼬맹이들을 보는 것 같은 가여운 느낌을 받곤 한다. 험하고 무서운 도로에서 긴장해서 두 팔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을 것이고, 겁은 또 얼마나 먹었을까. 운전대만 잡으면 죄다 성질 급한 욕설가가 되곤 하는 우리네들이 이 병아리 운전 연습자들의 방해공작에는 웃음과 이해로 대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거쳐야 하는 힘든 관문은 비단 군입대ㆍ취업ㆍ결혼만은 아닌 것 같다. 운전면허를 따는 일도 이 땅에 사는 많은 젊은이들이 한번은 꼭 넘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어찌 젊은이들뿐이겠는가. 인류 역사상 가장 무대뽀 생명체라는(?) ‘대한민국아줌마’들도 도로주행교육 앞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심약한 소녀가 되고 만다.

자동차 운전면허는 현대를 살아가는 기본적인 자격요건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운전면허를 따는 일은 그리 쉽지는 않은 듯하다. 가장 보편적인 과정이 운전학원에서 교육을 받는 것인데, 학원에 바치는 돈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종종 ‘운전학원에 돈을 주고 면허를 산다’는 극단적인 불평을 듣곤 한다. 정말 그렇다면 이것은 곤란하다.

본래 운전면허는 국가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보고 합격해야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면허시험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2009년 현재에도 국가운전면허시험장은 전국에 겨우 29개뿐이며, 그것도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다. 당연히 면허시험을 보러 가는 일이 불편하고 턱없이 부족한 시험장은 늘어나는 시험응시자를 모두 수용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면허시험장을 대폭 늘리는 것도 정부의 예산제약으로 인해 쉽게 추진되지도 않았고.

자동차운전학원: 너무 비싸지만 가야만 하는 곳

국가면허시험장의 절대적 부족에 따른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하 전문학원)제도이다. 전문학원 제도는 해당 학원에서 운전교육을 받은 사람에 대해 면허시험장에 가는 대신 그 학원에서 기능검정, 즉 면허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제도로서 1998년부터 도입되었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존의 운전학원(이하 일반학원)의 대부분이 전문학원으로 전환되어 2009년 현재 전문학원은 전국에 436개나 되지만 일반학원은 54개에 불과하다. 29개뿐인 면허시험장이 436개나 더 늘어났으니 면허를 따기 위한 국민의 편의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에게 편리함만을 준 것은 아니다. 그 대신 시간과 돈을 요구했다. 현재 대부분의 운전학원은 일반학원이 아니라 전문학원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당연히 일반학원보다는 전문학원이 높은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말이지만 일반학원 시절보다 전문학원 도입 이후 국민들이 더 많은 돈을 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자동차운전전문학원 제도를 도입하여 국민의 편의증진에 크게 기여한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와 함께 면허취득을 위한 비용을 많이 늘렸다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판단된다. 물론 운전전문학원은 매우 고마워할 일이겠지만.

면허취득 비용이 높아진 근본 이유는 첫째는, 전문학원의 법정 교육시간이 기존의 일반학원보다 더 많기 때문이고 둘째는, 전문학원에서 교육받지 않고는 해당 전문학원에서 면허시험만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종 보통면허의 경우, 법정 기능교육시간은 일반학원 10시간, 전문학원 20시간이다. 또한 법정 도로주행교육시간은 일반학원 10시간, 전문학원 15시간으로 되어있다. 즉 기능교육과 도로주행교육을 합하면 전문학원은 일반학원보다 총 15시간을 더 교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전문학원의 수강료는 일반학원보다 약 15-20만원 정도 더 비싸다. 쉽게 말해서 전문학원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민들은 15-20만원을 더 내고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전문학원과 일반학원을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일반학원이 더 큰 수익을 보장하는 전문학원으로 전환해버렸기 때문에 주위에서 일반학원을 찾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국민들이 운전을 배우기 위해 찾는 곳은 모두 전문학원뿐이다. ‘싸게 조금’ 배우는 일반학원과 ‘비싸게 많이’ 배우는 전문학원이 공존한다면 국민들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어 전문학원의 장점이 칭송받을 수 있었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선택이 사라졌다. 가까운 곳에 있는 운전학원은 거의 대부분 전문학원뿐이기 때문에 ‘싸게 조금’ 배우는 선택은 더 이상 고려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미 어느 정도 운전을 할 줄 알거나 혹은 일반학원에서 운전교육을 받은 사람이 전문학원에서 면허시험만을 보고 싶어도 이는 불가능하다. 해당 전문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그 학원에서 면허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전문학원뿐이고 전문학원에서 면허시험을 보려면 그 학원에서 운전교육까지 받아야하는 현 제도는 정부가 전문학원에게 (지역적으로) 독점권을 부여한 것과 같다. 그런데 정부는 친절하게도 전문학원이 부여된 독점권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정 교육시간을 늘여 비싼 수강료까지 걷을 수 있게 법으로 도와주었다. 그 결과 2008년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한 사업장당 평균수입은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 8억 8천만 원으로 모든 학원들 중 랭킹 1위로 나타났다(입시학원 1억 1,100만원, 학원평균 6,400만원).

자동차운전전문학원 제도를 도입한 가장 큰 취지가 부족한 국가면허시험장에 따른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었다면 전문학원은 그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불편은 단지 부족한 국가면허시험장을 찾아가서 오랜 시간 대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학원을 다니면서 많은 돈을 주고 오랜 시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 역시 국민의 불편이다. 물론 운전교육을 잘 시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국민들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다. 각자 필요한 정도의 교육시간과 교육수준이 있을 것인데 지금은 모두 전문학원에서 정부가 정해놓은 교육시간을 다 채워야 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면허시험 취득에 따른 국민의 불필요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기능과 검정기능을 분리하여 해당 학원에서 운전교육을 받지 않았을지라도 그 학원에서 면허시험을 볼 수 있게 한다. 이런 교육과 시험의 분리가 국민들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둘째, 전문학원에 대한 법정 교육시간을 일반학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거나, 아니면 아예 운전학원에 대한 법정 교육시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 여러 가지 국가자격시험 공부를 하는 학원에 대해 정부가 친절하게 법정 교육시간을 정해주는 예가 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법정 교육시간은 전문학원에게는 독점력을 만들어주고 국민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비싼 돈을 내야만 하게 만드는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법정 교육시간을 없애면 운전학원은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시하고 국민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의 교육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능력과 필요가 다른 수많은 국민들에게 단 한 개만의 교육과정만을 강요하는 것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을 것이다.

운전면허는 이제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되었다. 또한 국가적으로도 모든 국민이 운전을 할 수 있음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국민들이 낮은 비용으로 편리하게 운전교육을 받고 면허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물론 면허시험은 엄격하게 할지라도 말이다. 정부는 현재의 자동차운전전문학원 제도가 정말 국민을 위한 가장 좋은 제도인지 냉정하고도 솔직하게 검토해주기 바란다.


김재홍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부 교수, jhong@handong.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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