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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노동시장은 어떻게 고용을 늘리는가?


지난 6월 취업자 수가 4천 명 늘어나더니 한 달 만에 다시 7만6,000명 감소하여 우리를 웃고 울게 한다. 이처럼 모든 사람이 고용사정에 큰 관심을 두는 것은 바로 우리나라 고용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 우리나라 고용사정은 왜 좋지 않은 것일까? 물론 고용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이 상당할 것이다. 또한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생산을 늘려도 일자리는 예전만큼 늘어나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다. 그러나 고용은 노동시장의 제도적 여건에도 크게 의존하는 것이 여러 자료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5~64세 고용률은 2008년 6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2.7%포인트 낮으며, 이 차이는 약 90만 개의 일자리에 해당한다. 2008년 연간 평균이므로 최근의 경기침체를 탓할 수도 없고 우리보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된 여러 국가들이 70% 이상의 고용률을 보이고 있으니 산업구조 고도화를 탓할 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이를 달리 바라보면 비록 산업구조 고도화가 진행되고 또한 최근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도 노동시장의 제도적인 요인을 개선하면 지금보다는 많은 고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제도적 여건을 개선하여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 왜 고용이 늘어나는지에 대해선 이해가 부족한 편이다. 그렇다보니 ‘노동시장 유연화’가 ‘해고의 자유’ 정도로 오해되고, 이에 따라 해고만 증가할 것이란 잘못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노동시장 유연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과 해고를 통한 인력조정을 보다 쉽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고용이 늘어나는 것일까?

평소 100명을 고용하다가 경기가 나빠지면 50명만 고용하려는 어떤 기업을 가정해 보자. 기업은 현재뿐만 아니라 장차 발생할 모든 이익과 비용을 감안하여 고용을 결정한다. 그런데 만약 절차가 복잡하고 요건이 까다로워서 해고가 불가능하다면 이 기업은 과연 평소에 100명을 고용할까? 경기가 나쁠 때 추가로 50명을 고용하고 있어야 하는 부담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이 기업은 초과근무를 하거나 기계를 더 쓰는 한이 있어도 평소 70~80명 정도만 고용하여 불경기를 대비할 것이다. 또한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고용을 늘리지도 않을 것이다.

경제학에서 자본은 한 번 늘려 놓으면 쉽게 줄일 수 없다고 가정한다. 공장을 한 번 지으면 쉽게 없앨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경우 기업은 자본을 쉽게 줄일 수 있는 상황일 때보다 낮은 수준에서 투자를 결정해 불경기를 대비한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이어서 고용조정이 어렵게 되면 이와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즉 기업은 노동시장이 유연한 경우일 때보다 낮은 수준에서 고용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고용조정을 쉽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고용이 늘어나게 된다.

일부에선 단편적인 사고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 실업자만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 일자리를 다시 찾을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실업은 감소하게 된다. 여기에 정부가 실업자의 교육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면 실업은 더욱 감소하여 고용의 안정성을 이룰 수 있다.

인력조정이 어려운 경직적인 노동시장에서 기존 취업자들은 비교적 쉽게 자신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근로자나 실업자들의 희생과 절망의 대가이다. 결국 경제 전체로 보았을 때 근로자를 가장 잘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엄격한 고용보호나 강성노조가 아니라 바로 고용주들이 보다 많은 노동력을 고용하도록 하게 하는 유연한 노동시장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conbyu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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