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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 Global Focus / 보도자료 / 청년의 소리 / 알기 쉬운 경제상식 &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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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 얼굴’을 기다리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할수록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이 각국의 역사적 경험이다. 따라서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시장경제원리에 맞도록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사유재산권을 보호하고, 자유경쟁이 확대되며, 정부의 권한이 제한되어야 한다. 정부가 국민들의 활동을 제한하고 규제하면 개개인의 자유가 줄어 기업가와 국민들의 능력과 잠재력이 발휘되지 못한다. 사람들이 발명하고 혁신하는 활동이 줄어들게 되어 국민경제가 침체하게 된다.


어떤 제도든 그것은 정부를 통해 만들어 진다. 국가는 자원통제권과 입법권한을 갖고 있고, 이러한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가 정부다. 그러므로 한 국가의 국정을 총괄하는 정치지도자는 국가제도를 확립하고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갖는다. 정치지도자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실행하면 그 나라 경제는 발전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나라 경제는 쇠퇴하게 된다.


한국이 60년 전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는 나라에서 오늘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달하고 GDP규모로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게 된 것도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두 정치지도자 덕분이다. 영국의 지리학자인 이사벨라 비숍 여사는 19세기 말 망해 가는 조선을 여행하고 쓴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에서 처음에 조선이 가난한 이유는 조선인이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블라디보스토크 근방의 조선인촌을 방문하고는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 그곳 조선인들의 마을이 깨끗하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조선이 가난한 이유가 조선인들이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양반들의 착취 때문임을 지적했다. “조선인들은 가난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돈을 벌면 다 뜯겨 버리니 일부러 부자가 되지 않으려 한다.” “조선 사람들은 착취 시스템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요지의 말을 남겼다.


가난은 해방 후에도 이어졌고, 1950년 6.25 전란으로 폐허만이 남았다. 그 가난과 폐허를 딛고 일어나 오늘날 한국이 이렇게까지 성공하게 된 근본적인 요인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승만 정부 덕분이다. 이승만 정부는 사유재산 확보, 기회균등 제공, 사기업체제 등을 마련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반을 다졌다. 이러한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비로소 한국은 비숍 여사의 예언대로 착취 시스템에서 벗어났다. 박정희 정부는 이승만 정부가 마련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의 기반 위에 사유재산권을 더욱 보장하고 경쟁을 도입하며 시장경제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후 한국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리더의 중요성은 다른 국가들에서도 발견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방만한 재정을 운영하면서 대규모 복지정책과 노동자 과보호 정책을 썼다. 그러자 1970년대 들어 국고가 바닥이 나고 더 이상 복지비용을 조달할 수 없게 되었으며, 미국의 국가 경쟁력은 급격히 하락하였다. 그렇지만 1980년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과다한 정부개입을 줄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자유시장 경제원리와 공급경제학에 바탕을 둔 경제정책을 시행한 뒤 미국의 국가 경쟁력은 회복되었다.


영국도 비슷했다. 영국 역시 세계2차 대전 이후 케인즈 경제학을 바탕으로 방만한 재정운영을 하며 경제개입을 늘리고 대규모 복지정책과 노동자 과보호 정책을 펼쳤다. 그러자 근로의욕 상실과 민간경제 활동의 위축으로 60~70년대 연 10%대의 높은 인플레와 저생산성, 잦은 노사분규 등으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는 소위 '영국병'을 앓았다. 이런 상황에서 1979년 총리로 취임한 대처는 강성 노조와 과도한 사회복지 제도 등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책들을 과감하게 몰아냈다. 그 후 영국 경제가 다시 살아났다.


아르헨티나와 그리스는 반면교사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제1차 대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1940년대 페론정부가 들어와 기업을 국유화했고, 높은 세금을 부과했다. 가격을 통제하고, 의무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케 했다. 보호주의 무역을 실시했고, 외국인의 재산을 압류했으며, 외국인의 자산소유를 금지하였다. 이러한 정책 기조를 바꾸지 못한 아르헨티나는 결국 최하위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리스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를 실현하며 찬란한 문명과 문화를 남긴 위대한 역사를 가진 국가였다. 그러나 1981년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Andreas Papandreou)의 사회당(PASOK)이 집권하면서 그리스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파판드레우는 집권하자마자 연금과 임금을 대폭 인상했고, 의료보험을 확대하며 그리스 포퓰리즘의 토대를 구축했다. 1991년 정권을 잡은 신민당(New Democracy)은 국가를 개혁하기보다는 정권 유지를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했다. 이렇게 정권마다 경쟁적으로 제공한 포퓰리즘 정책들로 인해 그리스는 경제적, 정치적 파탄을 상징하는 국가가 되었다.


지금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장기침체에 빠지고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성장률이 2%대로 하락했고 장기 잠재성장률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잠재성장률이 10년 후에는 2%대, 20년 후에는 1%대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쇠퇴해 가면서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 것은 지난 20여 년 동안 역대 정권들에 의해 취해진 기업 활동과 개인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수많은 규제와 조치 때문이다. 그로 인해 우리가 시장경제체제로부터 멀어져 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벗어나 새로이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관치경제를 청산하고, 정부권력을 줄여 작은 정부를 실현하여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결국 국정을 총괄하는 정치지도자가 해야만 한다.


내년이 대선이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그것을 실행할 의지가 있는 정치인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에 나오는 주인공 어니스트가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위대한 인물’을 기다리는 것처럼.

안재욱 (경희대학교 교수 / jwan@khu.ac.kr)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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