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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료 정책, 시장원리에 따르라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도 경기도는 과천-의왕 고속도로에 대해서 통행료를 면제했다. 이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인 듯하다. 2007년에 처음 시작한 이래 3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국회의원들도 통행료 면제에 관심들이 높다. 지난달에는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추석과 설에 고속도로의 속도가 평소의 절반 밑으로 떨어질 경우 통행료를 면제해 주자는 ‘유료도로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통과가 되지는 않았지만,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당적을 불문하고 의원들이 오래전부터 다루어 온 의제이다. 2007년 대선 당시에는 민주 노동당의 권영길 후보가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공약 사항으로 들고 나왔고, 2008년에는 9월 정기국회 중에 한나라당 이학재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법안을 발의했다.

혼잡이 심한 시간대에 통행료를 면제하자는 아이디어는 출퇴근 시간대에 대해서도 제기되곤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인수위의 주도로 출퇴근 시간대의 통행료를 50% 할인하는 정책이 추진되었다. 10년 전인 1999년에도 당시 국민회의 이상수, 한나라당 오세응, 자민련 이건개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100여 명이 15㎞ 내 구간의 고속도로 이용차량에 대해 출근 시간에 통행료를 면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정책은 정치논리와 경제논리의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용자가 많을 때 통행료를 깎아주자는 것이 정치논리라면, 혼잡이 심할수록 통행료를 올려 혼잡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경제논리이다.

통행료 면제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혼잡이 심할수록 고속도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돈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이런 생각은 통행료를 과거 지향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생겨난다. 미래 지향적 관점을 택하면 정반대의 결론이 옳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가격은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값이 비싸면 덜 쓰려고 하고 싸면 더 쓰려는 욕구가 생겨난다. 그것이 수요의 법칙이다. 통행료 역시 수요의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낮을수록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는 욕구는 늘어난다. 기차나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던 사람들도 자가용 자동차를 이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통행료가 비싸지면 대중교통의 이용이 늘고, 자가용을 이용한 고속도로 이용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귀성객들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큰 혼잡이 우려되는 명절일수록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평소보다 비싸게 받는 것이 옳다. 비싼 통행료는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가용 승용차를 놔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만들 것이다. 그 결과 도로에 나오는 승용차의 숫자가 줄어서 통행속도가 높아진다.

출퇴근 시간대의 통행료 역시 마찬가지다. 도로 이용자의 숫자가 많은 시간일수록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할 필요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대의 통행료는 할인을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할증을 하는 것이 경제논리에 맞다.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도시들은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런던이다. 세계적인 도시인 런던은 한 때 교통 혼잡으로 악명이 높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꽤 소통이 잘되는 도시로 모습을 바꿨는데, 혼잡통행료 덕분이다. 런던의 혼잡통행료는 8파운드(우리 돈으로 1만6,000원 정도)이고,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부과된다. 도로 이용자가 많은 근무시간에는 통행료를 받고, 사람이 별로 없는 그 나머지 시간에는 통행료를 받지 않는 것이다.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에서 실시되고 있는 혼잡통행세는 경제논리에 더욱 충실하다. 다음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통행이 뜸한 저녁과 새벽 시간에는 부과하지 않는다. 반면 출퇴근으로 인해 통행량이 가장 많은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가장 높은 20크로나를 부과한다. 그리고 예상 통행량이 줄어들수록 통행료는 낮아진다.


<표> 스톡홀름의 도심 통행세 구조

우리 정치인들이 하자는 대로 하자면 오히려 이용자가 많은 근무 시간에는 받지 않고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받아야 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노상 주차장에서는 경제 논리에 맞는 가격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노상 주차장들은 낮 시간에는 주차료를 받지만 오후 7시 이후에는 안 받는다. 그 덕분에 웬만한 곳에서는 낮에도 쉽게 주차할 자리를 찾을 수 있고, 주차 때문에 업무를 못 보는 경우는 드물다. 주차요금에 대해서는 정치 논리가 관여하지 않은 덕분에 불완전하나마 시장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하토야마 내각이 고속도로 통행료 정책을 밀고 나갈 경우에 우리나라에서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논의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미래지향적인 경제논리에 충실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kch@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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