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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활성화, 어떻게 할 것인가?



투자는 생산요소의 양적 증대 및 질적 향상을 통해 경제성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놀라운 경제성장세는 세계 평균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높은 투자율에 기인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듯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투자가 2000년대 이후 모든 산업에 걸쳐 부진을 지속하면서 이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과거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으로 작동해 왔던 제조업 부문의 경우 외환위기로 촉발된 투자 위축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유형자산의 증가율을 통해 제조업의 투자동향을 살펴보면 1990~1997년 간 제조업 부문 투자는 연평균 16%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유형 자산의 증가율도 큰 폭으로 감소하여 2000~2007년 기간 동안 연평균 2.8%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제조업 부문의 투자부진의 지속은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투자가 과거에 비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투자에 따른 기대수익률이 저하된데 기인한 바가 크다.1)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BRICs 국가와 같은 신흥공업국의 급부상은 그간 국제시장에서 효자 노릇을 해 온 우리나라 주력상품의 지위를 크게 위협하고 있으며, 그 결과 국내 수출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매출액은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완만한 하락추세를 보여, 1990년대 연평균 13.6%이던 매출액 증가세가 2001년 이후 7.67%로 크게 하락했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나라 주요 제품의 최근 미국시장 점유율 변화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1999~2004년 기간 동안 BRICs, 특히 중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모든 부문에서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밀기기,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전통주력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모두 시장점유율이 감소하거나 정체되어 있다.2)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처한 대외여건의 악화와 함께 대내적으로도 경기변동 주기가 더욱 짧아져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의 경기동행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1990년대 국내경기의 확장기3)는 초반의 22개월(1990년 8월~1992년 5월)과 중반의 39개월(1994년 11월~1998년 1월)로 비교적 장기간 지속되었다. 이에 반해 2000년대 이후에 와서는 경기확장기의 지속기간이 훨씬 짧아져서 최대 20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변동 주기의 단축은 기업의 수익변동성을 확대시켜 설비투자 증가세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4) 경기변동의 주기가 짧아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설비투자 행태에도 중대한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1995년에서 2004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기업의 설비투자는 경기동행지수와 긴밀하게 동조화되어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는 경기동행지수와 규모 및 추세 측면에서 거의 완벽한 동조현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동조화 현상은 2004년 중반부터 사라지기 시작하는데 이는 앞서 언급된 경기변동 주기의 단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기순환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단기 기대수익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도 당시의 경기상황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2004년 이후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변동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당시 경기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으나 추세적으로는 경기선행지수를 따르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림> 경기변동에 따른 설비투자 추이


결과적으로 200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투자부진 현상은 불확실해진 대내외 여건으로 인해 매출액 및 수익성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안정성 선호 심리가 강화된 데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5)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투자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대한 감소시켜 주는 것이다.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은 세계화와 이에 따른 경제구조의 변화에서 오는 것이므로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정책적 대응방안의 도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정책당국의 역할은 이러한 변화에 따른 대응정책 수립과정에서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수립된 정책은 지속성있게 추진해 나감으로써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최근 기업의 투자행태가 현재 경기상황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투자에 있어 가장 큰 장애요소는 향후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노선 변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책적 불확실성의 해소가 필수적인 것이다.


정책방향의 예측 가능성 제고와 함께 요구되는 것이 투자의 기대수익을 저하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제조업의 고도화 내지 신산업 창출과 금융산업의 발전 등이 포함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정책을 펼치면서 이 부문의 자본축적에 주력해 왔다. 아직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축적된 자본스톡이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계체감의 법칙에 의해 제조업 부문에서 추가적 자본투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 타결책으로 새로운 산업의 창출이나 제조업의 고도화 내지 고부가가치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창업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창업관련 규제는 최근 다소 개선된 측면이 있으나 다른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최고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례로 2007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창업비용의 1인당 총국민소득 비중은 16.9%로 일본(7.5%), 독일(5.7%)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활발한 창업활동은 새로운 투자를 통해 경제 전반의 활력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신성장동력 창출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과도한 창업관련 규제로 인한 창업비용 부담의 해소는 투자활성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정책과제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기업의 투자수익성 개선을 위해 금융산업의 고도화가 요구된다. 금융산업은 자본의 효율적 분배를 통해 투자의 수익극대화를 가능케 할 뿐만 아니라, 신산업 창출이나 제조업 고도화를 위한 투자에 수반되는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우리나라 민간 금융업계는 이러한 측면에서 아직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미흡한 측면이 많다. 최근 국제금융위기 전개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우리 금융기관들은 기업투자보다는 가계대출에 더욱 큰 비중을 두었고 예대금리차와 수수료 등으로 이윤창출을 해 왔다. 이러한 경영행태는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라는 금융산업의 기본적 역할과 다소 동떨어진 감이 없지 않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금융산업 부문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국제금융인력의 양성이 필수적이며, 이와 같은 인적자본을 바탕으로 기업과 금융기관의 연계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ph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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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와 관련하여 장광수ㆍ전봉걸(2004)은 총수요의 불확실성 증대가 미래수요의 예측을 어렵게 함으로써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2) 박양수ㆍ문소상(2005)

3) 경기동행지수가 100을 지속적으로 넘은 시기

4) 임경묵(2008a)

5) 임경묵(2008b)


<참고문헌>

박양수ㆍ문소상(2005).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 원인과 향후 전망"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

임경묵(2008a). "수익변동성 확대와 설비투자 위축" 한국개발연구 제30권(제1호).

임경묵(2008b).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현황", 한국개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발표자료, 2008

장광수ㆍ전봉걸 (2000). "최근 설비투자의 행태 변화 분석"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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