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소통

KERI 컬럼 / Global Focus / 보도자료 / 청년의 소리 / 알기 쉬운 경제상식 & 이슈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해외직접투자 유치로 성장률 높여야


한국경제 규모는 2003년 세계 11위에서 2008년 15위로 추락했다.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저성장이다. 경제규모가 똑같은 두 경제에서 성장률이 낮은 경제는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지기 마련이다. 경제규모 면에서 2003년과 비교하여 2008년에 한국을 앞선 나라는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호주다. 2003~2007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한국 4.4%, 호주 3.4%, 브라질 3.6%, 러시아 7.1%, 인도 8.8%다. 참고로 같은 기간 중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10.6%다. 한국은 2003~2007년간 연평균 성장률에서 브라질과 호주를 약간 앞섰지만 2008년 성장률에서 -0.8%를 기록한 결과 경제 규모에서 브라질과 호주에 밀리고 말았다.


언급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후보로서 ‘7ㆍ4ㆍ7비전’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7ㆍ4ㆍ7비전’이란 연평균 7% 성장률을 달성하여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고, 경제 규모 G7에 진입한다는 것이었다. 이 비전을 놓고 ‘성장률’은 공약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하자 이명박 후보가 이를 받아들여 ‘7ㆍ4ㆍ7비전’은 무대에서 사라졌다. 참으로 잘한 일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 첫 해는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0.8% 성장률로 인해 곤욕을 치르게 되었을 것이다. 어떻든 대통령의 ‘비전’은 국민들에게 꿈을 심어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날 갑자기 ‘실용노선’에서 ‘중도노선’으로 통치방향을 바꿨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성장률을 높여 경제규모를 세계 15위권 이내로, 1인당 국민소득을 4만 달러대로 끌어올릴 계획을 포기한 것일까? 이 점을 감안하여 이 글에서는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아일랜드와 중국의 경우를 예로 들겠다.


아일랜드 경제는 1970년대 유가파동 후 1800년대 중반에 겪었던 대기근(大飢饉)에 비유될 정도의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이 나라는 1845∼1851년간 감자 농사의 흉작으로 100여만 명이 굶어죽고, 100여만 명이 영국ㆍ호주ㆍ미국ㆍ캐나다 등으로 이민을 떠난 참혹한 역사를 가진 나라로 오랫동안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또 1980년대까지만 해도 4만여 명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이민을 떠난 나라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 개혁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웃나라 영국에서 마거릿 대처가 1979년 정권을 잡고 구조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여 성공하자 찰스 호이는 1987년 마거릿 대처처럼 구조 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구조 개혁은 작은 정부 만들기, 규제 완화 및 철폐,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해외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인프라 마련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폭넓게 추진되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이 나라 경제를 강타한 사실은 잠깐 접어두기로 하고 구조 개혁의 성과 가운데 몇 가지를 보자.


아일랜드는 1992~2007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6.4%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실업률이 1987년에 무려 17.5%를 기록했는데 2007년에는 4.4%로 낮아졌다. GDP 대비 정부 규모가 1985년에 50.7%였는데 2007년에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작은 34.0%를 기록했다. 고용보호가 OECD 국가 가운데 미국ㆍ영국ㆍ캐나다 다음으로 약해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다. 규제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영국 다음으로 약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90~2007년 17년 동안에 1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증가했다. 세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음으로 중국을 보자. 중국은 1970~2007년간 세계 역사상 가장 높은 연평균 9.7%의 성장률을 이룩했다. 이 결과 2008년 독일을 제치고 G3에 진입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경제가 흔들리자 기축화폐(基軸貨幣)인 달러화를 위안화로 대체하자고 제안했을 정도로 경제 위상이 높다. 인구가 많기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겨우 2,559달러다.

그러면 아일랜드와 중국은 어떻게 고성장을 이룩했는가? 두 나라에 들어온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표> 참조).


<표> 해외직접투자 유입액


아일랜드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은 1987년 구조 개혁 추진 후 1991년에 10억 달러대, 1999년에 100억 달러대를 기록한 후 2007년에는 305억9천만 달러에 이른다.1)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3분의 1, 인구가 남한의 9%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표>에서 보듯이 최근에 이를수록 해외직접투자가 엄청나게 증가해 왔다. 그 이유는 규제가 약하고(한 예로, 법인세율은 현재 12.5%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노동시장이 유연하고 투자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많은 해외직접투자가 이루어진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이 17년 만에 1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껑충 뛰어 올랐다.


중국으로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의 증가추세는 정말 놀랍다. 중국은 덩샤오핑이 1978년 개혁ㆍ개방정책을 추진한 후 1980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6천만 달러의 해외직접투자가 이루어졌다. 그 후 해외직접투자 유입은 1984년에 10억 달러대, 1992년에 100억 달러대를 기록한 후 2007년 835억2천만 달러에 이른다. 그 원인은 중국의 싼 임금과 싼 땅값에서 찾아야 한다. 이렇게 많은 해외직접투자가 이루어진 결과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아일랜드와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상당 부분이 해외교포들의 송금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금도 해외직접투자의 3분의 1 정도가 화교의 송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떠한가?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한국경제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상황에서 정권을 잡고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외국을 돌아다니며 ‘외자유치 세일’ 외교를 폈다. 그 결과 1999년 역사상 가장 많은 98억8천만 달러의 해외직접투자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후로는 2004년만 제외하고 해외직접투자 유입은 사실상 감소해 왔다. 2007년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은 겨우 26억3천만 달러다. 이 액수는 같은 해 중국의 3.1%, 아일랜드의 8.6%에 지나지 않는다. 참으로 초라한 실적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의 친노정책이 가져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왜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이 최근에 올수록 지지부진한가? 대답은 간단하다. 한국은 규제공화국인데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독일 정도로 낮고 ‘노조천국’, ‘파업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외국투자자들은 한국을 해외직접투자 매력도가 매우 낮은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밝힌 대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거나 철폐하고, 법과 원칙을 적용하여 노사문제를 다루고 노동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여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적어도 규제 완화 또는 철폐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만큼은 성공해야 해외직접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단기에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해외직접투자를 과감하게 유치하는 것뿐이다.


다행히 우리는 좋은 조건을 갖춰놓고 있다. 현재 세계 178개국에 약 700만 명의 한인교포들이 있다. 앞으로 일부 교포에게는 투표권도 주어지게 될 것이다. 아일랜드와 중국이 해외교포 중심의 해외직접투자 유치에 성공했듯이, 우리도 교포들을 대상으로 해외직접투자 유치를 과감하게 벌여나가야 한다. 그 이전에 규제 완화 또는 철폐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박동운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dupark@dankook.ac.kr)

---------------------------------------------------------------------------------------------------

1) 아일랜드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은 2004년 -106.1억 달러, 2005년 -311.8억 달러, 2006년 -55.4억 달러를 기록

했다. 이에 관해 《해외투자 리포트 2007》은 “M&A 과정에서 미국회사들이 이윤을 미국으로 송금했기 때문"

이라고 썼다. 2007년에는 아일랜드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은 305.9억 달러로, 3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