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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동향과 적정환율 논란


환율이 다시 기로에 서 있다. 올 3월 초에 1,600원선을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25% 가까이 급락하여 1,220원대로 하락했다. 지난 4일에는 1218.0원까지 내려가 연간 저점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14일 이후 10여 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환율은 이후 상승세로 반전하여 11일에는 전날보다 10.9원 상승한 1239.1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의 이런 상승세가 이어질지 아니면 다시 하락할지 주목을 받고 있다.


환율이 연간 저점까지 하락했던 것은 고용을 제외한 생산ㆍ소비ㆍ투자 지표가 일제히 개선된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낙관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상반기 중 사상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기록, 은행과 공기업의 잇단 외화조달, 외국인들의 대규모 주식 순매수 등이 이어지면서 달러 공급이 수요를 앞선 결과 환율이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미국의 7월 고용지표의 개선이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달러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환율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글로벌 달러의 강세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림> 경상 자본수지와 원/달러 환율 추이



환율이 이처럼 1,2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자 향후 향방이 불투명해져 적정환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환율이 저평가되어 있으면 앞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적정환율이란 국내외 경제 상황에 적합한 환율수준으로 통상적으로 경상수지의 균형을 가져오는 수준을 일컫는다. 실질실효환율(REER)은 한나라 통화의 각국통화에 대한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환율이며, 적정환율을 얘기할 때 많이 사용된다.


실질실효환율은 무역가중치와 물가 등을 적당한 비중으로 가중평균해서 계산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한국이 79.63, 미국이 98.93이다. 실질실효환율이 100 이상이면 해당국 통화가 기준 시점 대비 고평가됐다는 뜻이고, 100 이하면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원화와 달러화 모두 저평가되었다는 의미인데 실질실효환율로 미 달러화가 100이라면 원화는 80.49가 된다. 이는 원화가치가 6월말 시세보다 20% 가량 더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것에 따르면 6월말 원/달러 환율이 1,273.90원이었으므로 1,020원이 적정환율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현재 1,020원을 원화의 적정환율이라고 보는 기관이나 전문가들은 아무도 없다. 적정환율이란 개념도 다양하다. 통상적으로 경상수지의 균형을 가져오는 수준이라는 개념 외에 업계에서는 수출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준을 적정환율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출기업이 이익이 낼 수 있는 수준이라면 수입보다는 수출에 더 유리한 환율을 의미하게 되므로 경상수지 흑자가 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실질실효환율에 근거한 균형환율보다 더 높은 수준이 적정환율이 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실질실효환율에 의한 적정환율 추정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점이다. 교역상대국의 물가변동에 따른 실질구매력을 반영하는 실질실효환율의 산정에는 주로 제조업 품목이 반영되고 서비스 상품은 제외되는 문제가 있다.1)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서비스수지 적자규모가 큰 국가의 경우 실질실효환율이 평가절상될 수 있다.


게다가 실질실효환율은 상품의 교역 및 물가 수준 등 실물여건뿐 아니라 외부충격의 전달경로로서 통화 및 금융여건을 반영하기는 하나,2) 이는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 이동이 정상적인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3) 따라서 지난해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영향으로 우리나라 금융기관과 기업의 해외차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적정환율 수준은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요즘처럼 외화유동성 위기가 거의 끝나 외화차입 여건이 크게 개선되었을 경우에는 적정환율 수준은 하향조정할 여지가 있다.4) 이는 자본수지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경상수지 균형만을 근거로 하여 적정환율을 추정하는 것은 반쪽 추정에 불과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치 않고 실질실효환율을 근거로 적정환율을 추정할 경우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일례로 삼성경제연구소(2008)는 지난해 10월에 외화 유동성 위기의 와중에서 2008년 8월 현재 실질실효환율로 계산한 균형환율은 1,002원 내외라고 발표하여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었다. 당시 1,400원대의 원/달러 환율에 휘둘리며 달러 갈증에 목이 말랐던 정부와 시장 및 국민들로서는 1,002원이 마치 오아시스의 신기루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러한 신기루는 급기야 일부 언론에서 적정환율 수준으로 자리매김했다. 결국 시장과 국민의 과도한 기대감만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2008)는 “달러 유동성 문제가 완화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언제 그곳에 도달하느냐”는 질문에 대비하는 듯했다.


이 연구에서의 균형환율 추정은 그 기본전제부터 문제가 있었다. 우선 2008년 8월 당시 원/달러 환율은 1,014~1,089원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경상수지가 1~8월 누적 125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환율 변동이 경상수지에 미치는 시차효과를 감안하기 위해 그해 5~7월의 환율을 살펴보면 1,002~1,050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균형환율이라는 1,002원보다 훨씬 높았던 것이다. 경상수지는 2007월 12월에 적자로 반전하여 2008년 6월 한 달을 제외하고 9월까지 계속 적자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상수지 균형이 가능한 환율이 1,002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을까?


당시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 문제가 완화될 한참 후의 적정환율 추정이 시급한 것이 아니었다. 금리·물가 수준·기대 투자수익률 등에 따른 국가 간 원활한 자금이동이 사실상 막힌 글로벌 신용경색 상황을 감안할 때 글로벌 신용경색 상황까지 모델의 변수로 포함시켜 경상수지 균형과 글로벌 신용경색 수준을 망라하여 추정한 적정환율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여건에서 도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적정환율 수준을 제시해야 경제주체들이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에 대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09)의 최근 연구는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인다. 적정환율 수준을 달러당 1,170원으로 추정하면서 실질실효환율뿐 아니라 외환 수급ㆍ수출입ㆍ물가 등 주요 변수들을 사용하여 회귀분석을 시도함으로써 적정환율을 추정하였기 때문이다. 적정환율의 개념을 경상수지 균형이 아닌 자본수지를 포함한 국제수지의 균형으로 전제하였다고 한다. 경상수지 균형만을 근거로 한 적정환율을 추정하는 반쪽 추정의 문제점을 보완한 셈이다.


필자는 지난해 10월 금리와 글로벌 신용경색 상황을 감안할 때 현 상황에서 과도한 심리적 불안에 의한 쏠림현상이 제거된 적정환율 수준은 달러당 1,250원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5) 글로벌 신용경색이 지속되거나 심화될 경우 적정환율 수준은 더 오를 수 있으며 반대로 신용경색이 점차 완화될 경우 적정환율 수준도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필자가 추정하는 현재의 적정환율 수준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09)의 추정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지표 개선,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상당부분 회복되었고 달러공급 측면에서 유동성이 풍부해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환율이 적정환율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환율은 꼭 적정환율 수준으로 수렴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의지도 무시할 수 없는 주요 환율 결정요인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수출 진작을 위해 고환율 기조를 유지해 온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것이란 경계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급격한 환율 움직임이 없다면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환율 하락으로 수출이 감소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정부는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이 환율에서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1,100원대까지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과잉유동성 논란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고환율 기조를 이어갈 경우 원화 유동성이 풀리면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어 시장개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환율이 1,200원대 아래로 내려가면 당국이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수출 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환율하락은 대외구매력 향상으로 내수를 진작시키고 수입물가 하락으로 국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수출 경기를 계속 지원하느냐 내수경기 활성화에 더 무게를 둘 것인가. 정부와 한은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환율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kah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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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lau and. Fung(2006) p.54

2) Klau and. Fung(2006) p.51

3) Krugman and Obstfeld(2006) p.479

4) 외국환평형기금채권(만기 5년)의 신용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과 외평채가산금리 등이 지난해 9월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였다.

5) 안순권(2008), 『외환시장 불안요인 점검과 대응방안』,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보고서, 2008. 10 참조


<참고문헌>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09), 『원/달러 환율의 적정수준 및 전망』, KIEP 오늘의 경제, 2009. 6. 9.

삼성경제연구소(2008), 『최근 외환시장 동향 및 대응방안』, Issue Paper, 삼성경제연구소, 2008. 10. 9.

안순권(2008), 『외환시장 불안요인 점검과 대응방안』, 정책연구 2008-8, 한국경제연구원, 2008. 10.

Klau, M., S. S. Fung(2006), “The new BIS Effective Exchange Rate Indices,” BIS Quarterly Review, March 2006.

Krugman, P. R., M. Obstfeld(2006), 국제경제학 제7판(강정모ㆍ이상규ㆍ이연호 역), 서울: 피어슨 에듀케이션(원저 2006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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