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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2차 신용위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목적은 이번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실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들의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경쟁력과 국가경제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이번 2차 평가에서는 지난 7월에 있었던 1차 평가에 비해 더욱 엄격한 평가기준이 적용되었고, 그 결과 174개 기업에 대해 워크아웃이나 퇴출 판정이 내려졌다.1) 이에 대해 언론과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중소기업 구조조정 드라이브가 강도 높게 실행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중소기업 구조조정의 문제점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의 수위가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특히 구조조정의 목적이 금융위기를 돌파해 나가기 위한 수동적인 조치가 아니라 경쟁력 없는 기업들을 정리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드높이는 데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장석인(2005)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1인당 부가가치와 유형고정자산이 감소세를 보인 ‘한계기업’의 수는 외환위기 이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2)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91~1997년 기간 0.9%에 지나지 않던 한계기업의 비중은 2000~2003년 기간 동안 15.3%로 급증했다. 통계에 따르면 2000~2003년 기간 동안 평균 약 10만 개의 기업이 존재했으므로 이는 약 1,500개 이상의 기업들이 한계기업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때의 상황이 지금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그간 우리 경제의 변화 양상에 비추어 볼 때 지금도 그만큼의 한계기업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볼 때 현재 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이 된 기업은 한계기업의 20%도 채 안 되는 수준인 287개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이 다소 미흡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9988’로 대변되듯이 현재 기업 중 99%가 중소기업이며, 노동자 중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따라서 이 부문의 경쟁력은 국가경제 전반의 경쟁력의 근간이 된다. 이러한 인식의 확대와 함께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기조도 균형발전 및 기업 간 격차 해소에서 1990년대 이후 중소기업 혁신역량 강화로 전환되었다. 그 결과 2004년 들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이 수립되었고 경쟁 및 투자 활성화를 통한 혁신 중소기업 육성이 중점적으로 추진되었다. 정책 측면에서만 보면 중소기업의 활성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의 영세화 현상 심화


그러나 중소기업 부문 통계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로 1996년 이후 나타난 영세소기업의 비중 확대를 들 수 있다. 중소기업협회중앙회의 통계에 따르면 1996~2006년 기간 5~9명 규모 기업 및 10~19명 규모 기업의 사업체 비중은 각각 25.4%, 10.3% 증가했다. 반면 20~299인 규모 기업들의 사업체 비중은 동기간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특히 중견기업이라 할 수 있는 100~299인 규모 기업의 사업체 비중은 14.5%의 큰 감소세를 보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활성화는커녕 오히려 영세화가 더욱 가속화된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의 영세화 현상이 특히 심하게 나타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가장 큰 요인으로 정부의 온정주의적 중소기업 정책기조를 들 수 있다. 정책기조의 형식적 전환은 있었으나 실천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1992~2006년 기간 동안 전체 정부예산이 4.3배 늘어난 데 비해 중소기업 지원예산이 79.6배나 증가한데서도 알 수 있다. 중소기업 지원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영세기업의 비중이 확대되었다는 것은 그 동안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 성과중심의 효율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시혜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었음을 시사한다.3)


정부의 온정주의적 중소기업 정책기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단적인 예로 1997~2007년 기간 동안 기업규모별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대기업이 연평균 13%대의 부채 감소율을 보인 반면 중소기업의 부채는 연평균 10.4%의 감소세를 보이는데 그쳤다. 그나마 이러한 감소세도 50~299인 규모 기업의 주도로 일어났으며 50인 미만 규모 기업의 부채 감소율은 5%도 채 되지 못했다.


기존 중소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이 저조한 가운데 1997년 외환위기로 방출된 유휴자원들은 정부의 지원 아래 저성장 산업으로 대거 유입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영세소기업이 더욱 난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실은 <그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림>은 2001년 이후 제조업 업종별 부가가치의 비중 증감률과 50인 미만 기업의 사업체 비중 증감률 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두 변수 간에 음의 관계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이는 부가가치 비중이 감소한 업종, 즉 퇴보한 업종일수록 50인 미만 기업의 비중이 더욱 크게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림> 제조업 업종별 부가가치 비중과 소기업 비중의 관계


이러한 과거의 경험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중소기업 구조조정은 서민경제와 직결되어 있는 문제여서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중소기업 영세화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없이 국가경제의 진정한 선진화는 불가능하다. 최근의 국제 금융위기는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뚜렷이 부각시킴으로써 구조조정을 통한 국가경제 선진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는 이번 위기를 통해 제공된 변화를 향한 추진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중소기업의 체질을 한 단계 드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계기업은 퇴출되어야


이를 위해 현행 중소기업 정책 기조를 강력하고 효율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한계기업 퇴출 및 우량 중소기업의 육성ㆍ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 주요 경쟁국에 비해 높은 퇴출비용을 관련 제도의 재정비를 통해 합리화하여 한계기업의 퇴출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표> 참조).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면밀히 파악하여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을 전략적ㆍ선택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잠재성이 높은 혁신 중소기업의 창업 활성화를 위해 산학과 연계한 기술 지원과 경영노하우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표> 기업퇴출의 기간 및 비용의 국제 비교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ph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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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7월에 있었던 1차 신용평가에서는 113개 기업들이 C나 D등급을 받아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다.

2) 장석인(2005), ‘제조업의 양극화 실태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산업양극화 문제 해소 방안』, 경제ㆍ인문사회

연구회.

3) 외환위기 기간 크게 강화된 중소기업 정부 지원은 경제 정상화 이후에도 계속 지속되었으며, 중소기업의 성장

촉진보다 부실기업의 퇴출 지연에 더욱 크게 작용했다(김주훈ㆍ김동석ㆍ이시욱, ‘위기 극복 이후의 중소기업

구조조정: 외환위기 경험을 중심으로’, KDI 정책포럼 제216호.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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